스포티파이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능을 릴리즈했다. 어쩌면 이제는 더이상 신선하지 않은 그 단어, ‘AI’가 첨가된 ‘스포티파이 DJ’. 현재 일부 국가에서만 우선 출시했기에 아직 실사용은 해보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원했던 기능이자, 이러한 요소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아 몇 자 남겨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ok-aNnc0Dko
Spotify DJ 소개 영상
내가 이 기능의 출시에 유독 관심이 있는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기능을 실제로 국내 몇몇 스트리밍 서비스사에 제안했었기 때문이다.(물론, 당시 이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유연한 그림을 상상한 적은 없었다)
당시에도, 그리고 요즘도, 음악과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음악 콘텐츠 형태는 일부 팬과 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들에게는 거의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콘텐츠에 가깝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내가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정보의 과포화 시대 & 이에 따른 온디멘드(On-Demand)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 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부분이고 음악 분야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음악 정보 자체의 소비나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여전히 관련 정보를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소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그래서 스트리밍 앱에서 음악을 청취할 때 사용자가 원할 경우
(1) 앨범이나 트랙마다 손쉽게 버튼 터치만으로,
(2) 기존의 전형적인 ‘음악 정보 오디오 콘텐츠'를 숏 오디오 방식으로 변형하여,
(3)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나 해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게끔 하는.
이것이 당시 내 제안의 골자였다. 특히, 최대한 청취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아주 짧은 버전으로 만들고, 조금 더 편하고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게끔 ‘위키피디아'를 듣는 느낌이 아니라 ‘나무위키'를 듣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이 숏 오디오에는 해당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해도 되고, 전문가 등의 제3자가 해설해주는 방식 등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류의 기능은 (적어도 내가 알기론) 국내 어느 DSP에도 탑재되지 않았다. 유료 가입자 유치, 오류 개선, 인력 이슈 등 회사마다 그들만의 우선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브' 기능을 우선적으로 넣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나 역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바다.(유사한 방식의 ‘아티스트가 직접 코멘트하는 스페셜 앨범'은 종종 존재했지만 디지털 굿즈나 이벤트 이상의 가치를 남기진 못했다.)
그런데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기능을 스포티파이가 출시한 것. 특히 내 초안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오디오 콘텐츠 제작 리소스를 ‘무적의' 생성 AI(Generative AI)로 대체하고, DJ의 짧은 멘트는 숏을 넘어서 슈퍼-숏 버전이 되어서 나타났다.(사실 이 부분은 해설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소개와 흥을 돋구기 위한(?) 기존 라디오의 인트로 멘트에 더 가깝지만.)
최신 곡이 아닌, 좀처럼 손이 가지 않거나 막막해서 소비하기 어려운 ‘오래된 노래' 혹은 ‘내가 잘 모르는 타 장르의 노래'에 있다. 관심이 생기더라도 막상 이러한 노래들을 직접 찾아내거나 즐기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예를들어 최근 70~80년대 소울 음악에 급관심이 생긴 나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또한 최근 다시 불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레트로 열풍과 취향의 다양화 현상은 이를 더 가속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틱톡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길고 딱딱한 콘텐츠가 아닌 쉽고 빠르게, 그 순간에 필요한 기본 정보만 딱 골라내 접할 수 있는.
컴퓨터가 아닌 친구나 아티스트 같은 누군가가 내 옆에서 소개하고 추천해주는 느낌의.
결론적으로 이 기능이 성공할 경우 가장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아티스트, 레이블, 일반 소비자가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는 ‘디지털-음악-스트리밍-롱테일의 끝’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포인트는 ‘롱테일'이다. 기존 내 청취 습관에서는 웬만해서는 찾아낼 수 없거나 혹은 그 과정이 매우 번거로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을 AI라는 이름으로 녹여낸 것뿐 (적어도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는 수준에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으로 본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할 부분은 제네레이티브 AI.
또한 모든 AI에 있어 기술적 완성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처럼 전문가나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들의 중요 포인트는 편의성과 감성에 있다고 보는 편이다.
다시 말해 추천 알고리즘의 완성도는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동그란 원에서 AI가 반응하는듯한 액션', ‘사람의 목소리(또는 AI로 생성한 목소리)의 친근함 정도', ‘매일 사용해도 지겹지 않은지', ‘실제 그 정보들이 내 음악 지식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원래라면 몰랐을, 기가 막힌 내 취향의 노래를 찾아낼 수 있을지' 등등이 개인 소비자에게는 훨씬 중요하다.
과거 유사한 목적을 가진 타 서비스나 기능이 출시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하거나 기본적인 수준 정도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그 어느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많은 기능을 출시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중에 ‘누구나 사용하는 기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냉정하게 보면 스포티파이 DJ 역시 기존 스포티파이 추천 알고리즘의 역할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 그리고 과거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모멘텀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이후 수많은 DSP가 따라하기 시작한, discover weekly류의 기능 역시 이러한 수많은 시도 중 하나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더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적어도 나는 꾸준히 사용할 것 같다. 특히 운전할 때!
음악을 창작하거나 변형하는 툴로써의 AI 서비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자체보다 그 결과물(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행태 변화, 창작 이후 콘텐츠나 홍보가 필요한 이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유의미한 비지니스 등 전체적인 음악 생태계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에 항상 더 큰 관심이 있다. 그래서 그것이 누구든, 어느 회사든, 이러한 기능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것에 큰 응원을 하는 편이다. 대중화되기엔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요즘과 같은 타이밍에 꽤나 중요한 보조 기능임은 틀림없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