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좀 늦게서야 보게 되었었다. 고요한아침 내게도 청춘의 시절이 있었음을 추억하게 하며 가슴을 아련함으로 꽉 채웠던 이 드라마는 주요한 스토리보다도 평범하지만 어떠한 대작가의 명작 못지않게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던 대사들이 내게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삶에서 나에게도 있지만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나의 감정들을 정확하게 대신 표현해 주는 말들에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었던 듯하다.
그중 이러한 내레이션 대사가 있었는데 꽤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것을 아주 쉽고 가볍게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나답다는 건 내게 익숙하고 내가 편하게 느끼는 것, 나답지 않다는 건 내게 어색하고 내가 불편한 것.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이 나를 비워내는 일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답지 않지만 해낼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모여 나를 위해 살던 자리가 비워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마음자리를 내어주는 일, 그런 것이 사랑의 힘일 것이다.
어버이 날이 다가오니 명절 때나 특별한 이름 붙은 날이 되어야나 모여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자식들을, 이제는 모두 성장해서 각자의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는 자식들을 아직도 애처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군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다운 사람이었을까, 얼마나 많은 나를 비워가며 나다움이 부모 다움으로 채워졌을까. 어느새 많이 작아지신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