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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May 03. 2020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오월이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올봄, 

사회적 거리두기의 몸살을 앓던 사람들은

오월의 황금연휴만은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심정으로

다들 어디론가 길을 나섰는지

내 주변은 시간마저 흐름을 멈춘 듯 

고요하다.

건강을 잃는 경험을 한 뒤

좀 느슨하게

좀 헐렁하게 살아가자고 생각하니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길가에 작은 것들에 눈이 가고

습관처럼 풍경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늘 일행보다 뒤처져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뒷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던데...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뒷모습 그림과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왜 하필 뒷모습을 좋아하느냐고

친구들이 물었었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얼굴은 애써 웃음을 지을 수 있어도

뒷모습은 억지로 웃지 못하고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힌

비뚤어진 어깨는 또 얼마나 안쓰러운지.

사랑은 어쩌면 그렇게

그를, 그녀를, 사람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일까...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의 첫날에

오고 가는 계절의 인사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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