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올봄,
사회적 거리두기의 몸살을 앓던 사람들은
오월의 황금연휴만은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심정으로
다들 어디론가 길을 나섰는지
내 주변은 시간마저 흐름을 멈춘 듯
고요하다.
건강을 잃는 경험을 한 뒤
좀 느슨하게
좀 헐렁하게 살아가자고 생각하니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길가에 작은 것들에 눈이 가고
습관처럼 풍경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늘 일행보다 뒤처져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뒷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던데...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뒷모습 그림과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왜 하필 뒷모습을 좋아하느냐고
친구들이 물었었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얼굴은 애써 웃음을 지을 수 있어도
뒷모습은 억지로 웃지 못하고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힌
비뚤어진 어깨는 또 얼마나 안쓰러운지.
사랑은 어쩌면 그렇게
그를, 그녀를, 사람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일까...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의 첫날에
오고 가는 계절의 인사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