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버스 전철 등의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고, 편하게 여행하려면 택시투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며, 치안 상태도 좋아서 자유여행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나 역시 대만 여행을 좋아하는데 자유여행을 할 때의 숙소는 가능한 역 근처로 교통이 편리한 곳을 선택하는 편이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는 더 그랜드호텔 타이베이(원산대반점)라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호텔이 있다. 자금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이 호텔은 호화롭기도 하지만 드라마 《온에어》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호텔이다. 다만 호텔 위치가 역 근처가 아니고 한적하고 지대가 좀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호텔이어서 전철(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역까지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난번 글에 소개한 적 있는 여행 모임인 사계 친구들과 대만 여행 당시 친구들에게 이 호텔을 소개해 주고 싶어서, 시내로의 이동이 조금 번거롭지만 이 호텔을 예약했었다. 다행히도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공항버스가 있어서 공항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로 갈 때의 일이다. 나와 한 친구는 전에도 이 호텔을 이용해본 적이 있어서 호텔 근처에서의 버스 노선을 대충 알고 있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호텔 근처에서 호텔 쪽으로 가지 않고 다시 시내 방향으로 버스를 돌리는 것이었다. 마침 옆자리에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에게 영어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우리의 목적지를 말했더니 그 여자분이 기사분에게 대만어(중국어)로 큰소리로 외치셨다. 그리고는 기사분과 여자분이 싸우는 듯 조금은 거친 대화가 오가더니 버스는 다시 방향을 바꾸어 호텔로 향했다.
호텔의 위치가 시내 주요 도로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다 보니 공항버스 기사분이 이 호텔에 내릴 사람 있냐고 대만어로 물어보고 대답이 없자 호텔 방향은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여대생은 기사분에게 호텔까지 가야 하는 버스가 호텔까지 가지 않은 것과, 외국인이 타고 있는 버스에서 영어도 아닌 대만어로 그것도 지나가는 말처럼 대충 안내를 한 것에 대해 우리를 대신하여 항의해 주었고, 우리에게는 내용 설명과 함께 지금의 이 일은 잊고 즐거운 여행 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기사분을 대신하여 사과한다는 인사를 했다.
어쩌면 이 일은 여행 중 흔히 있을 수도 있는 작은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여학생은 대만을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가 되었다. 무심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당함에 대해 대신 목소리를 내주는 정의로운 그녀가 우리에게는 대만을 대표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날 우리는 그녀의 말처럼 기사분의 행동에 대한 불쾌함은 잊고, 그녀의 친절함에 받은 감동으로 기쁘게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 삶의 감동은 아스팔트 위에 이름도 모르는 꽃이 피어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처럼,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