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다가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 할 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했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었던 것 같고, 사회와의 단절감을 느꼈다는 표현을 한다. 성과로 판단하고 서로가 경쟁하게 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원리상 당연한 운영 시스템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며 회사를 뛰쳐나와 만난 세상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회라는 현실 세계를 만나는 듯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의 울타리가 굉장히 좁아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인이 되면서 첫 직장에 오래 근무를 한 나는 그곳에서 배우는 것들을 통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집에서 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늘 보는 동료들과 늘 하는 일에 경험이 늘고 경력이 쌓여가면서, 업무에 관한 한 자연스럽게 베테랑이 되어갔다. 또한 배우는 것보다는 가르치거나 지시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러던 직장인이 '어느 회사에 근무하는 아무개입니다'라는 타이틀 없이 나를 소개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서투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일의 그 복잡함(!)이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고 비교적 세계 여러 나라로 여행할 기회가 많았고 그래서 세상을 넓게 보며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그동안 나는 사실은 회사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던 것이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한없이 걸어도 좋을 4월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 세상을 다시 배우며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