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합격‘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는 세상
10/6 월요일 아침
문득 내가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긴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온전히 '공부'만 하지는 않았다. 몸이 많이 아팠고, 마음도 아팠고, 잡생각도 많이 났다.
나의 최선은 나만 알면 된다고 예전에 쓰기는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합격과 불합격으로 삶이 바뀌는 시험의 특성상 합격을 한 사람은 최선을 다 한 것이고 불합격을 한 사람은 무언가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니까.
허수가 없는 시험의 특성상 모두가 이를 갈고 달려들어 공부를 하므로, 그리고 예전보다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진 사정도 고려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현실을 아는 사람들 한정) 합격을 하면 결국 그 방법이 맞는 것이고, 불합격을 하면 내 공부법이 틀린 것이었다는 것을 굳이 굳이 증명받는 것만 같다.
내가 왜 불합격을 하였는지에 대해 시험 결과가 나올 때마다 복기를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는 하지만 장기레이스인 시험에서는 계획이 항상 통하지 않는다. 중간에 변수를 만드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인간사라는 것이 변수가 없기는 힘들기 때문에 올해 나 역시 크고 작은 변수들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무너지는 마음을 계속 다잡고 다잡았다.
그렇지만 내 안에 의심이 종종 피어오르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는 정말 내 인생에서 최대치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일말의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며칠째 두통이 있다. 몸도 너무 무겁다. 어깨도 아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몸이 아픈 것’은 수험생의 숙명인거 같다. 내 친구들의 경우만 봐도 모태 마름인줄 알았던 친구가 로3때 급격히 살이 찌고 변시 보기 며칠 전 너무 긴장되고 힘들어서 계속 토했다고 한다. 한 친구는 평생 깨끗했던 피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토피로 심하게 건조해지고 수포가 생겼는데 한동안 원인을 찾지 못해 고생했었다.
지금 내가 겪는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인한 급격한 몸무게 증가와 어깨 아픔,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은 애교 수준인거 같다. 그냥 모든 수험생들이 달고 사는 수준. 학원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급격히 살이 찐 친구들도 나와 같은 처지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다들 무사히 남은 수험생활을 보내서 변시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 제발 남은 기간 무탈하게 무던하게 아무 생각 없이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
플리즈…하늘이시여 제발 저를 가엾게 여기셔서 남은 기간 잘 해낼 수 있게, 무사히 시험을 칠 수 있게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제발요…
아침에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엄마가 손수 내 코 앞까지 사과와 구운 계란을 대령해주셨다. 엄마는 모르겠지. 선풍기 앞에서 엄마의 발소리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뻐끔뻐끔 전자담배를 피워대는 딸이라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가서 누웠는데 엄마가 나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정말 좋았다.
이번에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저번보다 살이 더 찐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정신과 약을 추가한 후에 살이 찌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각해서 말을 했더니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걱정하셨다. 다행히 아버지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공황으로 약을 드시고 계시고 지금은 약을 많이 줄이신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님 모두 정신과를 다니고,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시다. 정신과 약 부작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나에게 살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그저 얼른 의사에게 말해서 그 약을 빼던지 하라는 말씀만 하신다. 오늘은 자체적으로 그 약을 빼고 먹었다. 오늘 나의 컨디션이 어떤지 잘 관찰해 볼 것이다. 본집에서는 잘 때 먹는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잠을 잘 잤다. 그런데 평소보다 꿈을 많이 꿨다. 당연히 기분이 좋은 꿈은 아니었다. 약이 꿈을 안 꾸게 하는 효과도 있나?
부모님께서 고시촌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모른다.
부모님이 예전보다 많이 늙으시고 쇄약해지셔서 걱정이긴 하지만 아직 내가 효도할 기회는 있다.
부모님은 내가 본가에 있는 것을 좋아하신다.
왜냐면 무뚝뚝한 동생에 비해 나는 살갑기 때문이다.
일부러 살갑게 하려 하지 않아도 언젠가부터 나는 다정다감한 딸이 되었다. 부모님의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어갈 수록 나는 점점 더 다정다감한 딸로 거듭났다.
[시험 때까지 몸 관리 프로젝트]
- 점심, 저녁 먹고 20분 산책
- 12시 취침, 6시 30분 ~ 7시 기상
- 바닐라라떼, 연유라떼 일주일에 1~2회만 날짜 정해서 먹기(나에게 주는 보상처럼)
- 학원에서 공부(집공하면 계속 뭘 먹음..)
- 입이 심심하면 껌씹기
- 배달음식 끊기(무조건 밖에서 사먹기)
-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 억지로 하기
(스트레스 free)
- 스트레칭 자주 하기
- 계단 이용(이건 지금도 잘 지키고 있음)
[본가에서 한 공부]
많이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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