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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n 18. 2024

88년생은 낀 세대인가.

우리도 희생을 배우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88년생을 주제로 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어떠한 큰 반응을 얻고자 함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 잊혀질 듯 하면 나오는 키워드인 'MZ'라고 하기엔 나이가 다소 있는(?) 편이고, 또 그 위 'N세대'라고 하기엔 살짝 어린듯 젊은 느낌이 나는 세대. 88년생 언저리에 태어난 우리는 그런 세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88올림픽이 개최된 해에 태어난 우리들.(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라고 칭하겠다. 우리 = 86년-90년생으로 범위를 정해본다). 유치원 때는 곰돌이 팀, 호랑이 팀이 나뉘어 운동회를 했고, 백화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의 추억이 조금은 있는 그런 세대. 아, 그리고 '국민학교'에 입학한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인생의 쓴 맛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마자 맛보아야 했던 세대. IMF는 그런 존재였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집은 큰 아버님이 살던 곳 근처로 도시 생활을 떠나 시골로 이사를 왔다. 97년 초 무렵이었는데, 98년도부터 서울에서 많은 친구들이 이사를 왔고, 2001년-2002년 즈음 다시 시골을 떠나갔다. 아이 엄마가 되어서 당시 친했던 친구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진짜 신기하지 않아? 정말 시골이었는데. 어떻게 거기를 알고 서울에서 들 왔지?"

"음..IMF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는 집집마다 빚이 많았으니까...부모님의 도피처였을지도 모르지."

"어머, 정말 그러네. IMF. 우리 반에 이혼하신 부모님들도 점점 늘어났었잖아."

"맞아. 왠지 그때는, 시골이었는데도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했어."



우리는 무엇보다 희생을 배우지 않았다. "너만은 그래도 전문직이 되어야지." "적어도 공무원은 했으면.." "초등학교 교사만 되어라. 그러면 1등 신붓감이야." 이 말을 들은 끝세대가 아닐까. 고등학교 교실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이 말을 들었는데. 요즘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그 누구도 이런 말을 학생들에게 전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세대였다. 안정성, 1등 신붓감, 자기 직업을 여성도 가지고 전문직이 될 수 있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LDS 인터넷을 접한 세대. 모뎀 시절, 전화비가 많이 나와서 엄마의 눈치를 봤던. 그런 아련한 추억이 있는 세대. 아이돌 팬클럽에 열심인 언니들을 보며 가입을 망설였던. GOD의 육아일기를 토요일 저녁마다 챙겨보던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  2002년, 사춘기 절정인 중학교 2학년 때, 짝사랑하던 교회 오빠와 함께 월드컵 응원을 했던 추억도 함께.



88년생 엄마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이를 기르다보면, 또 글을 쓰다보면, 타인의 삶에 관심을 더 깊이 갖게 된다고 하는데. 88년생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공간에 낀 세대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평소에 써오던 '언어발달'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독자분들의 반응이 어떠실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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