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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맛집 <야키소바 & 그릴 다이닝>

유바 샐러드, 와규 등심 스테이크, 파인 다이닝, 샤베트 아이스크림..

by 라미루이

2010.02.16










히메지 성과 코코엔 정원을 둘러본 후 고베 시내로 이동했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선이 예약한 어느 식당에 발을 들였다.


'Kobe yakisoba & Grill Dining'. 후미진 골목 어딘가에 위치한 식당은 정확한 위치를 짚어내기 어렵다.

꾸깃한 종이 지도를 손에 든 선을 따라 고베 식당가 골목을 이리저리 헤맸던 기억이 난다.


간판은 요란하지 않고 현지 식당 이름에 '공방'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요리에 정성을 기울이는 셰프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흰 포렴을 제치면 그다지 넓지 않은, 소박한 실내가 우리를 반긴다. 조명은 어두운 편이고, 담소를 즐기기에 적당한 정적인 분위기의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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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고독한 미식가>에 등장할 법한 동네 아지트, 사랑방 같은 분위기. 진열장에 일본 사케와 위스키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단골이 마시다 남긴 술은 따로 포스트잇을 붙여 위 칸에 보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리에 앉자마자 셰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종지 그릇에 소금과 후추, 우스터소스를 세팅하고는 음료를 무얼 주문할지 물어본다.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더니 목이 타서 아사히 생맥주를 주문했다. 흰 거품이 풍성한 맥주를 마시니 부드럽기 그지없다. 잔을 기울여 맑은 액체를 마시니 짜릿한 탄산과 쌉싸름한 홉의 풍미가 올라온다. 일시에 누적된 피로와 갈증이 해소되고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생맥의 마법이 일어난다.


메뉴판은 특별히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셰프가 그날그날 자신 있는 요리를 코스로 제공하거나, 먹고 싶은 요리를 지정하면 최대한 그에 가깝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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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샐러드부터 신선한 충격을 준다. 보자기를 덮은 것처럼 얇은 유바(湯葉, 두유를 끓일 때 생기는 얇은 막)를 덮었다. 포크로 유바를 찢어서 안으로 들어가면 슬라이스 된 참치 회가 토핑으로 올려져 있다. 그 아래는 유자 폰즈 소스를 뿌린 양상추, 적상추, 치커리, 샐러드 등이 깔려 있다.


이후는 위부터 파 내리면서 차근차근 즐겨도 되고, 과감히 포크로 쓱쓱 비비고 믹스해서 한 입 가득 먹어도 된다. 어떻게 먹든 신선하고 새콤달콤한 샐러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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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입맛을 돋우기 위한 치즈 몇 조각이 윤기가 도는 대나무 잎 위에 놓였다. 옆에는 참치 간장조림이 찬으로 놓인다. 치즈는 맛이 풍부하고 술안주로 제 격이다. 참치 갈비 부위를 무, 콩과 함께 조렸으니, 짭짜름한 것이 밥도둑이 틀림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메인 메뉴인 '와규 등심 스테이크'가 테이블 바에 등장한다. 고베에서 전통 방식으로 사육하는 육우, 와규는 사육 기간이 길고 곡물 등 고품질 사료를 급여하기에 마블링이 풍부하다. 한 점 집어 맛을 보니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최상급 육질임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와규 스테이크를 반 이상 해치울 무렵, 돼지고기 부위도 철판에서 구워 즉석으로 내준다. 항정살 아니면 갈매기살 부위인 듯한데 일체의 잡내 없이 탄력 넘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비계 또한 질기지 않고 소고기 못지않은 부들부들한 맛을 자랑한다. 한 접시에 곁들이는 가니시는 구운 바게트, 구운 콩, 양파, 마늘 등이 제공되었는데, 모두 구운 고기의 느끼함을 날려주는 프레시한 찬 역할을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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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날달걀을 올린 야키소바 또한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했다. 식당 이름에 '야키소바'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지금껏 맛본 야키 소바 중에 첫째로 꼽을 만큼, 면발과 소스 모두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은 바닐라와 초코 한 스쿱씩. 그리고 가운데 크랜베리 잼을 덜어 주었다.

묽은 딸기 소스를 지그재그로 뿌린 아이스크림은 차가운 셔벗으로 입안에 청량함, 달콤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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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밤 9시가 넘었다. 식당 문을 나서니 셰프가 나와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겠노라고 한다. 우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나란히 간판 아래 섰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셰프는 사진을 두어 장 찍고는, 다음에 다시 오라며 활짝 웃는 얼굴로 덕담을 남겼다. 그의 진청색 앞치마는 기름 자욱과 각종 소스가 튄 흔적으로 지저분했지만,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꼿꼿이 서서는 우리가 골목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문 앞을 지켰다. 뒤돌아 볼 때마다 연신 반절을 하는 그의 정중함, 공손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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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식당은 최신 구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과거 식당의 사진, 영상 또한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남긴 몇 장의 사진 만이, 15년 만에 포스팅한 이 글만이 'Kobe Yakisoba & Grill Dining'의 키친을 지키던 젠틀하면서 실력 있는 메인 셰프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다.


그 셰프가 고베 지역 혹은 타지의 다른 레스토랑에서 여전히 각별한 맛을 자랑하는, 고퀄리티의 파인 다이닝 코스를 제공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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