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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작가 Jun 24. 2021

왜 할아버지 집이 아니고 할머니 집?

과거 할머니 집을 찍은 사진이다.    

원래 할머니 집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졌는데, 100년은 넘었으리라...            



할머니 집 사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할아버지 집이라 하지 않고, 항상 할머니 집이라고 이야기할까?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서... 실질적으로 할머니 집이기 때문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그만큼 우리에게 할머니의 사랑이 더 기억에 남았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대나무 숲과 매미, 대추나무, 감나무, 고양이, 두꺼비, 구렁이, 개구리, 개미, 족제비, 제비... 모두 할머니 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된다. 

       


특히, 힘들고 고된 날이면 더욱 할머니 집이 생각나는데,

항상 나를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랑으로 반겨줬던 할머니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손자가 마당에서 뛰어놀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으셨던 할머니... 나 밖에 몰랐던 할머니...   

 

연세가 많이 드신 후에 무릎이 좋지 않음에도 내가 할머니 집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마을 어귀 큰 돌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셨다가 내가 보이면 달려오셨다.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고 시골집에 간 날은 깜짝 놀라시며 버선발로 신발도 신지 않으시고 마루에서 달려와서 손을 잡아주셨다. 우리 강생이라면서...      

  

비 오는 날에는 할머니 집 앞마당에 두꺼비가 종종 나타났는데 어릴 때는 그 두꺼비가 잡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부탁하면 매미며 개구리며 잡아주셨는데 항상 두꺼비는 독 있어서 안된다고 위험하다고 잡아 주시질 않았다.


그리고 영험한 생물이라 하셨다.

그래서 매번 비올 때 두껍~두껍 거리는 두꺼비를 구경만 했었다. 그러고 있는 나를 볼 때면 할머니는 못 잡아주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면 근처 시골 슈퍼에 있는 과자 등을 사주시곤 했다.

        



할머니 집은 아궁이가 있어서 거기에 밥을 하고 생선을 굽고 했는데 불 지피는 것이 큰 재미거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할머니는 내가 갈 때 맞추어서 신문지와 불 지필 거리(작은 나무들)를 항상 준비해놓으셨다.


아궁이 주변을 재로 엉망을 만들어도 다른 불 지필 거리를 찾아주려 하셨다. 내가 뭘 하든 항상 웃으면서 좋아하셨다.



뒷마당 언덕 위에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경사가 심해서 그냥 올라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누나와 함께 대나무에 고리를 걸어서 올라가기 위해서 낑낑거렸다.

   

할머니는 다칠까 봐 엄청 걱정을 하셨는데 다음에 할머니 집을 방문했을 때, 대나무에 끈이 묶여있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아마도 할머니께서 만들어놓으셨으리라.  

     



할머니 집에는 도둑고양이가 종종 나타났는데 잘 도망가지도 않아서 내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 키우고 싶다고 하니 고양이는 알아서 왔다 가니 못 키운다 하셔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에 삽살개 새끼를 구해오셔서 나에게 안겨주셨다.   




다시 보고 싶지만, 항상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매년 그 자리에 있을 듯했던 할머니도 할머니 집도.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그 모든 것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어느 해는 삽살개가 나이가 들어 사라져 버렸고, 어느 해는 뒷마당 나이 든 감나무에 감이 안 열리게 되었으며, 창호지 방문이 일반 방문으로 바뀌어져 버리고 아궁이는 흙으로 메워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나의 모든 것을 반기던 시간들을 당연히 여기던 나날들이 끝이 났다.    

어느새 바뀌어버린 모든 것들.

    

항상 우리는 항상 그 사랑에 대해 뒤늦게 깨닫게 된다.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 할머니는 아마 깜짝 놀라며, 나의 양볼을 쓰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이고, 우리 강생이 이렇게 컸나~  

      

우리는 모두 할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리고 그 사랑을 깨닫고 줄만하면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할머니의 사랑은 항상 그렇다.        


우리가 온다고 하면 마을 어귀에서 새벽부터 기다리던 할머니        

매일매일 그렇게 우리만 생각하던 할머니        

세상에서 제일 최고라고 말해주던 할머니

       

힘든 날이면 더욱 할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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