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간건 바로 4월 9일. 분명 일요일까지만 하더라도 상태가 좋았다. 벚꽃 구경하러 퇴촌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올 정도로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4월 8일 월요일 오후부터 배가 아팠다. 배가 그냥 아픈게 아니라 배 중앙 부분과 허리 뒤쪽 고통이 장난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화불량 혹은 위궤양인줄 알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소화제와 진통제를 먹었다. 밤이 되니까 잠잠해지길래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 5시쯤 복통이 극심해져 깼다. 얼마나 아픈지 거의 기어다니는 수준이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지를 못하겠고 허리도 제대로 필 수가 없었다. 배를 쥐어짜고 찌르는 느낌이 들더니 무릎까지 고통이 전달되었다. 게다가 위산이 역류하는건지 갑자기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 살면서 그렇게 쓴 구토는 처음이다. 뭐 먹은 것도 없어서 내용물도 없었다.
완전 쎄한 느낌이 들었다. 왼쪽 배가 너무 아픈게 아무래도 요로결석 같았다. 안그래도 작년 9월에 CT를 찍었을 때 신장결석이 있었기 때문에 요로결석이 의심되었다. 크기가 작아서 그동안 나는 배출되었거니 생각했는데 돌이 점점 커져서 요로를 막은 것이었다. 119를 불러야 하나 아니면 부모님 차를 타고 응급실을 가야하나 고민되었다. 119가 편하긴 한데 문제는 내가 다니는 병원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응급의료센터가 정해져 있어서 평소에 다니는 순천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차를 타고 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침 7시쯤에 얼른 차를 타고 출발했다. 서울로 가야하니 시간이 좀 걸렸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많이 밀릴것 같아 걱정되었는데 양재IC에서 죽는 줄 알았다. 복통이 얼마나 심한지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고 구토까지 또 올라왔다. 차에서 토할까봐 식겁했다. 다행히 양재IC 지나니까 정체가 좀 풀렸다. 한남IC 지난 이후 병원에 도착했다. 우선 나 먼저 내려서 응급실로 들어갔다. 거의 뭐 다 죽는 목소리밖에 안나왔다. 어디가 아프냐고 하길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왼쪽 배가 엄청 아파요......ㅠㅠ" 이랬다. 다행히 응급실이 좀 한산한 편이어서 빠르게 베드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 베드가 위쪽이 올라가서 베개가 없어도 편했다. 응급실 침대 편안 그 자체였는데 배는 엄청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아픈 부위 손으로 눌러주니까 좀 나아서 엄마 손 붙잡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교수가 오더니 이건 요로결석 아니면 대장에 염증이 생긴거라고 했다. 우선 피검사랑 소변검사, 엑스레이를 먼저 해보겠다고 했다. 소변검사 하면서 구토가 또 올라와서 토했다. 진짜 속 다 버리는 느낌... 진통제 맞고 있는데 도대체 이게 뭐가 진통 효과가 있는건지 모를 정도였다. 요로결석 걸리면 모르핀을 쓴다고도 하니 어지간한 진통제가 효과를 못보는 것 같다. 엑스레이를 찍으러 갈 때 혼자 걸어갈 수가 없어서 간호사분이 베드째로 옮겨주셨다. 덕분에 참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피검사는 결과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응급실에는 나 포함 한 4명? 정도 있었다. 병원에서 진료를 빠르게 처리해서 퇴원하는 사람들도 계속 나왔다. 신규 환자도 계속 오고. 피검사 결과가 나와서 교수가 알려줬다. 우선 간수치는 이전에 비해 또 올랐다고 한다. 이건 소화기내과 예약을 잡았으니 진료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나왔다고 한다. 소변색도 그렇고 혈뇨도 그렇고 이건 요로결석이 크다고 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혈뇨가 나오진 않는다고 한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돌이 살짝 보여서 CT를 찍자고 했다. CT를 찍으면 확실하게 나온다고 했다. CT와 엑스레이 모두 응급실 옆에 있어서 편했다. CT 역시 베드째 옮겨서 찍었다. CT 결과 돌이 한 7mm정도가 있는데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진통제 하나를 주사로 놔줬다. 응급실간지 한 3시간 정도 지나니까 그제서야 통증이 가라앉았다. 오늘 비뇨기과 진료를 보러 가도 되고 아니면 며칠 후에 예약을 잡아줄테니 내원하라고 했다. 나는 우선 약 받아서 퇴원하고 병원을 다시 오기로 했다. 밖에서 약을 타가는 줄 알았더니 지하 약국에서 받았다. 이것저것 많이 해서 병원비가 많이 나올줄 알았는데 피검사+요검사+엑스레이+CT+약값 다해서 11만원이 나왔다. 결석이라 산정특례는 안된다고 했다. 생각보다 돈이 덜 나와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왔는데 피곤 그 자체였지만 일 할게 남아서 잠깐 쉬었다가 일했다. 상태가 좀 나아져서 저녁도 잘 먹었다. 새벽에 배가 다시 쪼이는 느낌이 들었으나 참고 잤는데 다행히 지금은 안아프다. 정말 살면서 이런 고통 처음 느껴봤다. 그리고 병원만 가까웠으면 그냥 119 불러서 갈거같다. 자가용으로 가려니까 병원이 멀어서 더 고생한다. 다행히 아침 출근시간은 살짝 피해서 한 40~45분 정도 걸려서 병원에 도착했다. 만약 출근시간 걸렸으면 그냥 자가용 포기하고 버스로 가거나 119타고 다른 병원으로 갔을 것 같다.
요로결석으로 비뇨기과 예약이 새로 잡혔다. 류마티스 내과, 피부과, 소화기내과, 비뇨기과... 과마다 한 번씩 도는건가 싶기도 하다. 응급실에서 한 피검사 결과를 보니까 수치가 안좋은거 보니 요로감염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금요일이 진료날이라 그때 아마 가보면 알 것 같기는 한데 비뇨기과는 참 생소해서 기분이 이상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