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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찾아온... 겨울과 동행하는 시간

by Chong Sook Lee


모두 잠든 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온 겨울
뜰에도
지붕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하얀 눈이
조용히 누워서
하늘을 본다

눈부시도록
아름답던
가을은 사라지고
하얀 겨울이 앉아있다
가을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들위에
지난날들의 추억들이
차곡차곡
하얀 눈이 쌓인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날들은
여름과 가을을
맞고 보내며
또 다른 겨울을 맞아
다시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황량한 들판에
내린 하얀 눈 위에
바람이 분다
샛노란 유채 꽃이
만발하던 들판에
하얀 눈꽃이 피고
따스하던 봄바람은
칼바람이 되어
들판을 헤매는 시간

가버린 날들은
돌아올 날들을 기다리고
돌아온 시간은
가는 날을 생각한다
세상을 덮은 눈이
녹을 때가 되면
그리움이
하나 더 생겨나는 시간

오고 가는 마음속에
피어나는 마음속의 꽃
꿈을 꾸며
꿈을 깨며 세상은 돌고
하얗게 변한
겨울과 함께
동행하는 시간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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