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 빅토리아 방문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오고
길이 미끄럽고
찬바람이 부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곳의 겨울은 다르다
장미꽃
국화꽃이 여전히
피고지고
파와 상추
파슬리가 자라는 텃밭은
이미 봄이 오는 것 같다
비가 자주 와서
잔디는 봄보다 더 파랗고
여기저기 새싹이 자란다
겨울이 오는건지
겨울이 가는건지
봄보다 더 봄같은 겨울
습한 바람으로
겨울 코트를 입고 있지만
겨울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은
겨울 다워야 한다고
우기며 겨울을 이기고
살아왔는데
겨울 같지 않은 겨울도 좋다
눈이 없고
길이 미끄럽지 않고
눈대신 비가 오고
햇살이 없어도
춥지 않은 이곳
차를 타고 5분만 가면
바다가 보이고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
도시인데 시골같고
시골같은데
관광지인 이곳은
사람들이 수없이
오고 가며 줄을 잇고
1월이 가기전에
꽃망울이 생기고
2월에는 꽃이 만발하며
봄이 시작된다
봄이 일찍오고
봄같이 따뜻한 여름이
오래 지속되고
가을이 늦게 오고
겨울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딸이 살고 있어서
다니러 오는 곳인데
올때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곳
열흘에서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 남은 시간
딸과의 시간이 간다
가지말라고 해도
자꾸만 가는 시간
가는 시간 아쉬워도
남은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자
단풍잎이
곱게 매달려 있는
가로수들
떨어진 낙엽들이 모여서
앉아있는 길거리
가을은 가지 않고
겨울이 오지 않지만
봄이 오는 곳
봄을 품은 겨울
봄이 있는 겨울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