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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조용히 젖어드는 마음

by Chong Sook Lee


하루 종일
찡그리고
인상 쓰고 있던 하늘이
비를 내린다
보이지도 않는
가는 비도 비인지
머리와 옷을 적신다


겨울을 잊은 거리에
새파란
동백나무 이파리는
봄을 맞은 듯
윤기가 흐르고
이름 모를 꽃들이
만발하는 12월


눈도 추위도 없는
가을과 봄을
함께 맞는 겨울에
바다는
파도와 함께 춤을 추고
사람들은
계절을 잊은 듯 살아간다


비와 바람과
구름이 번갈아 오고 가며
해를 숨기는 날
구름 너머에
어딘가에서
기다리는 그리운 마음


기대와 실망
기쁨과 슬픔
얻고 잃기를 반복하며
다시 살아나가야 하는 삶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지 모르지만
살아있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


잃어버린 것은
기억 속에 끌어안고
찾아오는 또 다른
희망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는다


내 것이 아닌 것은
가질 수 없는 것
보내고 싶지 않아도
떠나버린 것은
다시 오지 않는 것


새로운 만남을 위한
잔치를 열고

함께 하는
모든 인연에
감사의 박수를 치자
어제의 어둠은
오늘의
새로운 태양을 가져다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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