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에서 자본주의를 씹다 11화 –
강남역 지하상가,
“1+1 티셔츠 14,900원”
“니트 세일 9,900원”
“오늘만 70% 할인”
형 눈엔 그냥 금광이었어.
핏도 괜찮고 가격도 좋고,
사장님도 기운이 좋아 보여.
“이거요? 이거 진짜 인기 많아요~
잘 입으실 것 같아요~”
형은 그 말에 힘입어 카드 긁고 퇴장.
쇼핑백엔 2벌.
기분은 세 배.
거울 앞에 서서 한마디.
“어… 이거 왜... 뭔가 나만 허접해 보이지?”
티셔츠는 분명 새옷인데,
내 모습은 중고 같았어.
형은 며칠 뒤 또 그 옷을 입고 나가봤지.
근데 이상하게
버스 유리창에 비친 내가
딱 '급하게 나온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
싸게 샀다고 만족하려 했지만,
옷은 값보다
나를 얼마나 ‘살려주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싸게 샀다고 기분 좋은 건 잠깐이고,
입었을 때 당당한 게 오래 간다.
그리고 결국,
싸 보이는 건 옷이 아니라
그걸 입은 나 자신이었다.
동생아,
“다음부터는 안 사는 게 이득일 때도 있다.
소비는 가끔,
가격보다 내 얼굴이 손해를 본다.”
다음 화 예고
《강남역 헌책방 –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잊고 있던 나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