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이너리티로 준비한다는 것은...
어렵다.
자유와 방종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스스로 모든 걸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1. 정보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학교에서는 그래도 진학 상담이라는 것을 하고 선생님이 학부모 상담도 하고 여러 절차가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 속해 있다면 자연스레 물 흐르듯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홈스쿨러는 다르다.
정시를 준비해도 수시를 준비해도 학교마다 전형이 다르고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리스트가 매년 달라지기도 하며, 학원에서 진학 상담을 한다고 해도 선생님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생존을 위해서 정보의 검색은 ‘내 몫’이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2. 아무도 내 시간관리를 강제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
자유와 방종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이상과 현실은 그 괴리가 지극히 크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굴러가는 삶이 지겨울 수 있지만, 아무도 내 시간표를 짜주지 않고 시간관리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저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물론 활용을 잘한다면 너무나도 좋은 일이 되겠지만, 망가질 경우 그 책임 역시 오롯이 나의 몫이라는 점.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오늘 내 시간관리가 뿌듯한 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 잠들기 전의 자괴감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
3.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교과서와 ebs만 봤어요.라는 수능 고득점자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생각보다 혼자 책과 인터넷 강의만으로 공부를 하기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쉽진 않았다.
특히 수리영역의 경우, 문제풀이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사교육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자연스레 떠먹여 지는 기초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기초 다지기를 위해서는 사교육 혹은 바깥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다면 장점은 없는고 하니, 왜 없겠는가.
원샷 원킬 ‘수능‘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그거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 내신관리나 수행평가 등 학교 과정에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온전히 수능 공부에 쏟을 수 있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수능 준비에 있어 필요한 모의고사뿐 아니라 내신관리를 위한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홈스쿨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수능에 나오지 않는 다른 과목에 대한 공부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지극히 선택과 집중에 치우친 상태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
(가끔 부모님으로부터 기초상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듣는다…^^)
2.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수능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패턴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간 관리에 대한 강제가 없다는 것은 학교의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수능이 3개월 정도 남았을 시절부터는 수능 시간표대로 내 생활을 맞출 수 있었다.
언어 시간에 언어공부를 수리 시간에 수리 공부를.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체리듬을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살 수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문제풀이나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에 내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다.
3. 요즘의 입시 과정은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수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정시 공부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근 20년이 가까이 흘렀기 때문에 요즘의 입시는 너무나 다른 판도를 가지고 있겠지만, 당시에는 수시 비율이 40%가 넘었음에도 검정고시 출신이 쓸 수 있는 학교는 무척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주어진 기회는 ‘수능’이 거의 원샷 원킬. 내신 역시 수능 점수를 반영해 산출했기 때문에 수능을 잘 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유리한 환경에서 입시 준비를 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이유가 대학을 빨리 가기 위해서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도, 수능에 유리하기 위해서도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무래도 남들에 비해 시간관리만 잘한다면 유리하게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관리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노력과 고통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그저 ‘수능’ ’ 입시‘ 때문만으로 홈스쿨링을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