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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니니 Apr 08. 2024

90년대생 홈스쿨러 5. 준비(2) 학교와의 대화

어디가 아프냐구요? 의무교육인데 어떻게 자퇴하냐구요?

홈스쿨링을 하는 과정에서 동반자가 되어줄 가족들과의 대화도 필요하지만 학교, 선생님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행정적 절차는 물론 학교와 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중학교 2학년 시절, 나는 반장이었다. 중1, 중2 모두 반장을 했었는데 학교를 떠난다고 하니 많은 과목 선생님들이 오잉? 하기는 하였다. 그냥 무난 무난하게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여름방학 중간부터는 홈스쿨링 스케줄에 맞추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다 학교를 가는 기간에 혼자 집에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으니 시험판처럼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일주일 정도 해보기로 했다. 그 기간동안 담임선생님에게는 이야기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모든 결정의 과정에 있어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작은 숨구멍 하나 정도는 늘 남겨 두었다.


일주일을 나가지 않겠다고 하며 홈스쿨링에 대한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에게 했을 때 마음을 되돌리려는 설득의 과정이 있기는 하였다. '그래도 사람이 학교를 다녀야지, 혼자는 힘들걸?'과 같은 이야기로.


그때 들었던 생각은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생님도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만 하니까' 정도로만 설명을 할 수 있으시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나의 결정 혹은 부모님의 결심을 뒤집을 만큼 설득이 되지는 않았다.


일주일 정도 개인사정으로 학교를 못 나간다고 하고 쉬고 있던 어느날,

반장, 너 암이야? 너 죽을 병 걸려서 학교 못 나온다고 소문났어

응? 이야기가 이렇게 와전되다니? 아무래도 아무말 없이 개인 사정으로 못나온다고 하니 어디가 아픈가보다 하다가 일파만파 이야기가 커졌던 모양이다.

'아무데도 안아프다'라고 대답하고 다음주에 학교 갈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간단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하고 두 번째 주가 된 어느날 수업이 다 끝나는 시간쯤 맞추어 가서 종례시간에(지금도 있나...?)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는 이미 언질이 되어 있었던 터라 내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친구가 눈물을 터뜨려 버려서 준비했던 인사의 절반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분명 나의 결심이었지만 눈물을 보이는 친구들을 보다 보니 아쉬운 기분은 들었다. 그때에도 인사했듯 '아예 못 보는거 아니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그리고 친구들을 위로 했다.


사실 내가 학교를 그만두던 당시에도 중학교 교육과정은 의무교육이었기 때문에 '자퇴'라는 과정/명칭은 아니었다. 그 때 학교에서 안내를 받은 방법은 3개월 이상 연달아 무단 결석을 하면 제적 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재적처리를 받으면 자퇴와 동일한 요건처럼 받아들여져 검정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안내를 받았다.


요즘은 어떠한고 찾아보니 자퇴나 제적이라는 말보다는 '정원 외 관리자'라고 분류되어 있다. 한 교육청 담당자가 신문고에 쓴 바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 의거하여 입학 이후 취학의무를 유예받은 학생, 정당한 사유없이 수업일수 3분의 1이상 장기결석한 학생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원외로 학적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수업일수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 문의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라고 한다.


즉 방법은 동일한 것이다. 정원외 관리자가 될 경우 검정고시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학기의 3분의 1 이상 결석하고 학교장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90-100일이 걸린다고 한다.


어린 시절이라 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끝에 집으로 안내 우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검정고시 응시에는 당시에는 '제적'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으면 응시 접수가 가능했다. 검정고시에 관해서는 추가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물론 이미 결심이 서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교나 친구들에게 고지하는 과정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얼굴을 보고 인사하던 그 순간은 말을 이어나가지 못할 정도로 무척 눈물이 많이 났지만 그게 어떤 결심을 되돌리는 역할을 하지는 못했더랬다.


다만 만약 내 결심이 혹은 부모님의 결심이 확고하지 못했더라면 많이 불안하고 그 모든 순간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학교와의 대화가, 혹은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움보다는 홈스쿨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좀더 확고했던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결정인 만큼 가능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믿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꼭 대화를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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