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해자가 되지 말자고요!
뉴스 댓글란이나 각종 커뮤니티에 가 보면 꼭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키보드 워리어들이죠. 인터넷을 자주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일 겁니다. Keyboard(키보드) + Warrior(전사)의 합성어로 화면 너머에서 키보드로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큰소리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감도 없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이들은 현실에선 힘도 없고 용기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온라인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처럼 굴죠.
이 키보드 워리어들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뭐든 다 아는 척하는 지식인 타입, 사회적으로 꽤 성공한 사람인 척 포장하는 타입, 별 근거 없이 잘난 척만 하는 타입, 그리고 무조건 시비 걸고 센 척하는 타입까지. 결국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 댓글 몇 줄 달면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일 뿐이죠. 저는 그걸 ‘댓글로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키보드 워리어들이 블로그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다만 뉴스 댓글에서 보던 전형적인 키보드 워리어와는 조금 다릅니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자신이 블로그 키보드 워리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첫 번째는 짜깁기 범벅으로 도배된 중복 콘텐츠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라는 주제를 떠올려봅시다. 언제나 인기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주제죠. 그래서 수많은 블로거들이 다이어트 관련 글을 쏟아냅니다. 문제는 내용이 전부 비슷하다는 겁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 운동법, 식단표, 영양소, 보조제… 검색만 해도 이미 대형 포털에 수천 개는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블로거들이 그대로 베끼거나 짜깁기해서 또다시 글을 쓰는 거죠. 결국 사진만 다르고 글의 뼈대는 똑같습니다. 이런 글을 보고 독자들이 과연 “아 이건 새롭다”라고 느낄까요? 저는 단언컨대 그런 글들은 블로그판 키보드 워리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정보 카테고리도 비슷합니다. 범위가 넓다 보니 자동차 관리법, 여행 꿀팁, 먹거리 소개까지 다 들어오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뻔한 내용만 반복된다는 겁니다. 며칠 전 제가 본 글이 겨울철 자동차 관리법이었는데 내용은 이랬습니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해라, 시동은 5분 이상 켜 두고 출발해라, LPG 차량은 가스를 빼라…” 솔직히 너무 오래된 얘기들입니다. 요즘 LPG 차량은 시동 끌 때 가스 뺄 필요도 없습니다. 제 차가 2021년식 QM6인데 전혀 그런 관리가 필요 없거든요. 이런 글을 보면 진짜 본인 경험은 1도 없고 그냥 어디서 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티가 납니다. 영양가가 없는 글인 거죠.
두 번째는 어그로성 제목입니다. 방문자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 제목만 자극적으로 뽑아 놓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부 1도 안 했는데 A+ 받은 비법” 같은 글들이죠. 이런 겁니다.
정말 유명한 짤이죠. 어그로성 낚시성 글만 작성하는 악성 블로거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속 빈 강정이라 부르는 글들이죠. 지금은 각종 커뮤니티에 퍼질 대로 퍼졌고 심지어 뉴스 기사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막상 들어가 보면 내용은 허무하고 시간만 뺏깁니다. 이런 낚시성 콘텐츠는 단순히 블로그 신뢰를 깎아 먹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짜증까지 유발합니다. 블로거 스스로도 자기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사실 이런 어그로성 콘텐츠를 사람들은 이미 다 간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댓글란만 봐도 “또 이런 낚시냐”라는 반응이 넘쳐나죠.
저도 사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이런 키보드 워리어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키워드가 뜨는지에만 집중하고 유입만 늘어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방문자가 늘어나면 기분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결국 독자들한테는 신뢰를 잃게 됩니다. 사람들은 블로그를 ‘허위와 과장의 온상지’라고 부르게 되고, 블로거 자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죠. ‘블로거지’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이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블로거 자신 뿐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키보드 워리어처럼 블로그를 운영하지 말자는 겁니다. 누구나 처음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글을 참고하기도 하고 따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본인의 경험을 글에 녹여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글을 쓰려면 직접 어떤 음식을 먹어봤는지, 어떤 운동을 해봤는지 경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자동차 관리법을 쓰려면 내가 실제로 겪은 문제와 해결 과정을 기록해야죠. 그게 바로 진짜 블로그 글입니다.
이런 글이야말로 신뢰도가 높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습니다. 독자도 단번에 느낍니다. “아 이건 진짜 경험담이구나” 하고 말이죠. 결국 이런 글들이 쌓이면 블로그 전체의 신뢰와 가치가 함께 올라갑니다. 어느 순간 방문자가 스스로 찾아오고, 블로그가 하나의 자산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결국 선택은 본인 몫입니다. 단순히 유입을 노리는 키보드 워리어 블로거로 남을지, 아니면 경험과 진심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쌓아가는 진짜 블로거가 될지는요. 저는 여러분들이 후자를 선택하길 바랍니다. 키보드 워리어는 쉽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면 진짜 블로거는 느리지만 오래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