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능수버들 위를 타고 오르던 호박덩굴

by 도심산책자

오늘 산책길에서 특별한 풍경을 만났다.

능수버들 가지 위로 호박 덩굴이 타고 오르고 있었다. 한여름의 열기가 가신 자리, 바람은 선선했고

햇살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서로 다른 생명이 맞닿아 한 폭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 모습.


이 여정은 사람과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안의 이야기를 만났다. 타인의 삶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삶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배웠다.


이 여정은 내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들을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다. 진정성, 자유 그리고 아름다움. 그것들이야말로 내 걸음을 지탱해 준 힘이었다. 때로는 흔들리고 지쳐도, 마음 한가운데 남은 건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이 여정은 태풍 속에서 빠져나와,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나를 붙잡은 건 완벽함이 아니라

그저 ‘멈추지 않은 마음’이었다.


능수버들을 타고 오르던 호박 덩굴처럼, 나도 그렇게 방향을 잃지 않고 천천히 나의 길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나를 믿으며, 내 속도의 걸음으로 살아가면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멈춤의 시간, 다시 걷기 위한 숨 고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