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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수기가 될 뻔했던 불합격수기

어떤 이유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

by 도심산책자

자격증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지난 4개월 동안 많이 일들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팀 이동이 있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새로 입주한 집은 누수 문제로 골치였는데, 곰팡이 등 2차 피해로 전체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와중에 가족이 아파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몰랐고, 버거운 몸으로 귀가해 몸을 누이는 날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어떤 것도 핑계 삼고 싶지 않았다. 고객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함께 호흡하고자 애썼다. 시험 준비를 목적으로 만난 고객이었지만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함께 들여다 보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만난 4명의 고객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2명의 고객, 실제 시험용 축어록 제출의 주인공들과는 3개월 동안 5회기에 걸쳐 깊게 대화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개인 역사가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기도 했다.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이미 고객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고객의 일상이 달라졌다고, 웃으며 소회를 나누었을 때 그간의 고민과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고객이 들고 온 사건이나 문제를 통해 고객을 만나다가, 이후 고객의 이야기에 심취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사건, 그 상황,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고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슈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그렇게 내가 변화했을 때 내 앞에 변화된 고객이 함께 웃고 있었다.


오늘 자격증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예측과 달리 난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망연자실했지만 곧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자격증보다 더 값진 고객의 변화를 목도했기 때문이고, 아직 코치로서 내가 깨쳐야 할 무엇(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깨친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될)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 경험으로 나는 두 가지를 새롭게 얻었다. 어떤 이유에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근력을 하나 얻었다. 과거 결과에 대한 집착이 컸을 때, 합격하면 하루가 즐겁고 불합격하면 1년이 괴롭다고 이야기할 만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금 배웠다.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욕심이고 집착이라는 것을. 결과는 단지 지금의 상태를 이야기할 뿐, 고정값이 아님을 안다. 나는 앞으로도 고객과 시간을 쌓아갈 것이고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레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글로 말미암아 ‘불합격’을 기꺼이 놓아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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