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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운전대를 바로 잡는 것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by 도심산책자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요즘 그 질문을 자주 떠올린다.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핸들을 잡고 있다는 감각,

내가 의도한 속도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난다.

두 번째 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너무 조심스러워져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마음이 쿵 내려앉았고, 몸은 이미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때 연습을 도와주던 분이 조용히 말했다.


“떨지 마세요. 떨면 떨어져요.”

“사고 나면 시험관 책임이니까 너무 겁먹지 마세요.”


이 말이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깊이 들어왔다.

나는 어깨에 들어 있던 힘을 빼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야가 한 번에 넓어졌다.

마음이 잔잔해지면서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이렇게 평온할 때가 바로 내가 나를 제대로 잡고 있는 순간이구나.


얼마 전의 누수 공사 문제에서도 비슷한 감각이 스쳤다.

일이 예상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던 어느 날,

문득 ‘이대로 가면 내 운전대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멈췄다.

내 흐름을 다시 나에게 가져오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이 질문 하나가 마음의 복잡함을 천천히 정리해 주었다.


그 뒤로 나는 작은 것부터 구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

지금 말해야 하는 것과 기다릴 수 있는 것,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것.


이 단순한 구분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몸은 늘 정직하게 먼저 반응한다.

끌려가고 있다고 느끼면 어깨가 굳고, 호흡이 얇아지고, 시야는 금세 좁아진다.

반대로 내가 방향을 잡고 있을 때는 몸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다.

숨이 깊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내 안의 리듬이 돌아온다.


요즘 나는 결과보다 리듬을 더 살핀다.

조급해지면 잠시 멈추고, 불안하면 그 이유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불빛이 켜진다.

“괜찮아. 네가 선택한 길을 잘 가고 있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건 모든 걸 통제하는 일이 아니다.

정해진 계획대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흔들리는 순간 속에서도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마음이 고요한지,

하루를 마칠 때 몸이 괜히 경직되어 있지는 않은지.

이 작은 감각들은 늘 말이 없다.

하지만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내 인생의 핸들을 잘 붙잡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리듬대로 걸어보려고 한다.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잔잔한 날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늘도 내 삶의 방향키는 여전히 내 손안에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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