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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by 도심산책자

어느 날 욕실 천장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추측건대 인지하기 오래전부터 떨어졌을 것이었다. 다만 인식조차 하지 못했고 후에야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에는 이미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물방울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로 인해 거실 벽지의 색이 변했고, 숨어 있던 곰팡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거실 벽에만 그치지 않고 온 집안을 점령했다. 뒤 이어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일상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 연재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집에 생긴 작은 균열의 신호가 일상에 어떤 파장을 몰고 왔는지, 그 일상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집의 누수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기보다 흔들리는 시간들을 어떻게 다루고 다시 균형점을 찾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화가 치밀고, 답답하고, 지치고, 때로는 정말 막막하기도 했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만의 속도, 그리고 공간을 지켜내는 법을 배워갔다. 삶은 가끔 이렇게 예상치 못한 모양으로 파고를 만든다. 이번 일은 그 파고의 한 조각이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저마다의 크고 작은 파고를 지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여정 속에서 이 기록이 아주 작게나마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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