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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rtfolio 핵심 가치의 위선을 폭로합니다

iPortfolio의 핵심가치의 실체

by 김성윤

개인에게 정체성이 있듯, 법인에게도 '넌 누구냐?'라고 물을 수 있다. 개인이 신념을 갖듯, 법인도 단체의사를 가진 사회적인 유기체다. 법인의 정체는 그 집단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로 파악할 수 있다. 핵심 가치는 회사가 지향하는 인재상으로 표출되며, 누가 보상을 받고 승진을 하는지로 확증된다. 업무 성과가 좋아도 회사 가치를 무시하면 그 사람은 결코 핵심 인재가 될 수 없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you're fired!"로 직접 소통하지만, 우리는 동방예의지국답게 인사고과에 D를 꾹꾹 눌러쓰는 것으로 샤이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많은 기업이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며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할 때, 핵심가치를 회사 로비와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의미 없는 장식용 병풍처럼 취급을 하는 회사도 상당수 있다.


1. 정직, 소통, 존중, 탁월함을 최고 가치로 직원 수첩과 로비에 걸어 놓은 미국의 엔론은 한 때 미국 시가총액 7위의 대기업이었다. 엔론은 사기와 분식회계로 경영진 다수가 수십 년 형을 받아 감옥에 갔고 파산했다. 가장 강조했던 '정직'은 엔론의 파산으로 조롱받는 가치가 되었다. 실제로 내부 고발자였던 셰론 왓킨스(Sherron Watkins)는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우리는 정직을 말하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엔론 사태는 '기업이 말하는 핵심 가치와 실제 운영의 괴리'가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2. 법과 윤리적 기준을 준수한다는 정도경영을 회사 홈페이지에 걸어놓은 S그룹은 창업자 포함 2세, 3세 경영자까지 각종 불법(밀수, 차명계좌, 배임, 횡령, 뇌물 공여, 분식회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가업을 이어 별을 달았다. '핵심 가치'라고 쓰고 '아님 말고'라고 읽는 회사가 드물지 않다는 방증이다.


3. Don't be Evil이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웠던 구글. 사용자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광고 수익이나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사용자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2018년에는 Google의 행동 강령에서 'Don’t be Evil'이 서문에서 삭제되었다. 그 이후 사용자들은 구글이 달라졌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위치 추적을 꺼도 몰래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골목을 지키고 서 있는 일진으로부터 지나갈 때마다 삥 뜯기는 느낌이다.


4. 혁신, 다양성, 인권존중을 외쳤던 애플은 하청 공장 폭스콘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 강도로 줄줄이 ㅈ살했음에도 애써 모른 척했다. 2010년 한 해에만 14명이 죽고 18회의 ㅈ살 시도가 있었다. 애플은 끝까지 Apple(사과) 하지 않았다. 노동자를 갈아서 만든 아이폰을 우리는 좋다고 들고 다닌다. 그게 자본주의 세상이다.


iPortfolio는 EdTech 업계의 기술회사이지만, 엄연히 교육업을 하고 있기에 '핵심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또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내부자의 입장에서 파헤쳐 보자.


iPortfolio의 핵심가치는 원래 세 개의 한자로 되어 있다. 옳을 의(義), 어질 인(仁), 이룰 성(成). 영어로 Just Cause, Compassion, Result.

이 역시 회사 홈페이지와 복도 벽에 써 놓았다. 매일 수 차례 복도를 지나가는 직원들이 벽의 글씨를 알아챘을까?


Screenshot 2025-06-23 at 2.51.54 PM.png <홈피에 떡 하니 걸어놓은 핵심 가치, 진심일까?>
Screenshot 2025-06-23 at 4.35.57 PM.png <복도 벽에 써 놓은 핵심 가치>


1. 옳을 의(義) Just Cause: 이 사업을 왜 하는지 그 동기가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의롭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정의로운 척해봤자 내로남불 꼴불견이 될 뿐이다. 시중에 흔히 보는 정치인들처럼 Self Righteous SoB가 되면 안 된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한국의 영어교육 시스템을 '개선'이 아닌 '개혁'하겠다는 과격하지만 올바른 동기를 품고 이를 갈고 있다. (10년 넘게 이를 갈다 보니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2. 어질 인(仁) Compassion: 우리의 고객은 주로 학부모와 교사들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를 보는 세상에서 미쳐 돌아버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학부모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한 반에 영유출신과 아직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가 뒤섞인 창난젓 같은 교실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선생님들의 고뇌를 이해해야 한다. 업무가 과중해 옆에서 끙끙대고 있는 동료의 한숨에서 입냄새가 아닌 속이 시커멓게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이 인(仁)이다. 그런데 공감(共感)이라는 뜻의 Empathy가 아니라 왜 동정(同情)의 뜻인 Compassion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Empathy: “당신이 얼마나 슬픈지 느껴져요.”

Compassion: “당신이 슬픈 거 알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주가조작으로 폭망한 임창정 말하는 거 아님>

3. 이룰 성(成) Result: 임무를 완성했을 때에 뒤따라 오는 결과물. Mission Accomplished! 누구나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학생들, 사교육비 부담에서 해방되어 평화가 찾아온 가정,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매출과 경제적 풍요.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카리스마 있는 회사의 직원이 되어보자.


나름 간지나는 핵심 가치를 품고 있는 이 회사의 현실은?



"사장님은 왜 일 못하는 직원을 내치지 않으세요?"

모 팀장이 사장실에 들어와 던진 질문이었다.


이 회사가 부르짖는 핵심 가치와 회사 이름에 담긴 교육관이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


이 회사의 이름이 왜 iPortfolio인 줄 아는가? i는 '어린아이', 'IT'의 중의적 의미, 그리고 Portfolio는 다중지능 기반의 8가지 재능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 포트폴리오 중 잘하는 것 하나는 있다는 하버드 대학 하워드 가드너의 교육 이론이다. 인사고과 저성과자는 전환 배치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기회를 준다. (전환 배치는 일 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도 많다). 어느 직원은 5차례까지 기회를 준 적이 있다. 우리가 아이들의 재능 발견과 발현을 돕고자 만든 이름 iPortfolio에 걸맞게 직원들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누구나 잘하는 것 하나는 있다!...그래서 이 회사는 직원을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로?

첫 번째 핵심 가치 옳을 의(義)는 [양 양(羊)] + [나 아(我)]가 결합된 글자다. 내(我)가 양을 떠받쳐 들고 있는 형상은 옛날 고대 중국의 제사 의식을 상징한다. 신성하고 깨끗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사장은 義자를 다르게 해석한다.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찾아 둘러업고 돌아오는 모습으로 본다.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누가복음 15장 4절).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의(義)에는 '낙오된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리더십'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 목자는 예수님을 의미한다. 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온 구절이다. 참나, 사장은 자기가 예수인줄 아나? 아님 교주야?


이 회사는 설립 후 13년 간 직원을 권고사직이나 해고한 적이 없다. 수년 전에 수습 3개월이 채 안된 인턴 한 명을 내보낸 일 외에는 정식 직원을 자른 일이 없다. 그 인턴은 모 교육청 교육감 자녀였다. 핵심 가치를 지킬 기본이 안 된 이유로 내보냈다. 졸지에, 교육기업에서 교육감 자녀를 자르는 간 큰 회사가 됐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이건 위선이다. 사장은 회의 때 모 팀장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3개월 내로 OOO 내보내세요!"라고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팀장은 사장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개무시했다. 똑똑한 팀장이다. 또, 사장은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조스처럼, You're Fired!라고 외치며 잘라버리고 싶다"라며 드래곤 처럼 종종 입에서 불을 내뿜는다. 정신분열자 같다.

사장의 변명은 이렇다.

"뛰어난 직원을 가장 빨리 망치게 만드는 건, 무능한 직원을 보고도 사장이 참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즉, 유능한 직원을 배려하는 어질 인(仁)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아 눼~, 참 어질기도 하십니다.


이룰 성(成), Result는 의(義)와 인(仁)을 실천하면 따라오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위선이다. 이 회사는 사교육계에 만연한 소위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레테(level test)를 본 뒤 "애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하셨어요?" 한 마디에 엄마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3개월 치 학원비를 결제한다. 사장은 게거품을 물면서 이런 사교육을 비판한다. 4세 고시, 7세 고시 학원은 화염 방사기로 다 불태우고 원장은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둥. 싸이코패스 같다. 그런데 요즘 사장이 하고 다니는 강의 <AI 시대 영어교육의 대전환>에서는 다음과 같은 협박을 하며 공포심을 유발한다. 내로남불이다.

"AI 시대를 대비하여 Reading을 통한 Bilingual 교육을 안 하면 당신의 자녀는 극빈층으로 몰락할 것이다!"

점쟁이인가? 자기가 요한계시록을 쓴 사도 요한이라도 되는가? 샘 알트먼인가?


그렇게 학원을 비판하던 사람이 학원 시스템에 딱 맞는 '리딩앤 아카데미'라는 상품을 곧 출시한다. 이쯤 되면 바리새인 아닌가? 네 번째 핵심 가치로 '타협'을 추가하지 그래?

(바리새인(Pharisees):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 예수님은 이들을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남이 볼 때만 거룩한 척 하는 이들은 예수님과 자주 충돌했다.)


이렇게 간판에 걸어놓은 핵심 가치를 바라볼 때마다 자아 분열의 고통을 겪는다.

한쪽 귀에는, '핵심 가치는 개나 줘버리고 돈이나 벌어 이 바등쪼야',

다른 쪽 귀에는 '그래도 교육기업이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가 되면 안 되잖아'라며 양심이 속삭인다.


개인(個人)과 마찬가지로 iPortfolio라는 법인(法人)도 죽을 때까지 자아 분열의 전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기지 못할지라도 절대로 굴하지 않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조금씩 우리의 미션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iPortfolio의 숙명 아닐까? (존x 카리스마 있어)


우리는 오늘도 의(義) - 인(仁) - 성(成), 이 세 핵심 가치와 하나되지 못한 조직의 허물과 모순을 끌어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13년 간 일관되게 견지해 온 결과, 핵심 가치가 저변에 깔려 일상 업무에 영향력을 나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1. 옳을 의(義) Just Cause: 리딩앤 서비스에 기능 하나를 추가할 때에도, '이 기능이 왜 필요하지?', '아이들 영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 맞나? 줄 세워서 평가하는 데에 어른들만 편해지는 거 아닌가?'를 습관적으로 묻는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이들 머리를 망가뜨리는 거라면 과감히 기능 구현을 철회한다. 이런 생각이 쌓여 우리의 자존감은 튼튼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교육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낙인찍힐 각오를 하고서라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졸속 추진 AIDT, 혈세 낭비 이ㅈㅎ장관은 책임을 져라!)


2. 어질 인(仁) Compassion: 1) 리딩앤에 ORT를 가져오는 데에 4년 반이 걸렸다. 영국측의 수차례 거절과 굴욕적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엄마들에 대한 Compassion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왜 168만 원이나 줘야 볼 수 있단 말인가?에서 시작된 일이다. 2)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업무를 일찌감치 마친 O팀장은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누구 내 도움 필요한 사람 없어?' 말이 떨어지자마자 동료가 일거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함께 야근을 한다. 동료가 복지(물귀신)다. 3) 회사 신사옥으로 축하 화환이 40여 개 들어왔다. 누군가 물을 주고 관리해 줘야 한다. 돈 주고 관리를 맡기기도 한다지만 직원 중 화분 관리 자원자를 모집했다. 순식간에 5명의 자원자가 몰려 '분무기 TF'가 결성되었다.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료들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3. 이룰 성(成) Result: 1) 사교육 일절 받지 않고 리딩앤을 5년간 구독한 초6 학생이 수능 1등급을 받는 일이 흔해졌다. 2)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달렸더니 투자금도 돌려주고 흑자 전환하여 빚도 다 갚았다. 100억짜리 사옥도 마련했다. 그리고 흑자가 많이 난 해에는 이익 분배금으로 기본급의 평균 770%를 전 직원에게 지급한 적도 있다. Again 770%를 위해 달려보자!


Just Cause, Compassion, Result – 오늘도 출근길 복도에 새겨진 세 단어에 애증의 눈길을 한번씩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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