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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등쪼 vs 단무지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단상 (1)

by 김성윤
김사장: 매출 목표는?
손팀장: 2,000만 원입니다.
김사장: 2억도 아니고 2천?
손팀장: 네, 2천마넌......
김사장: 20억이라고 하면 2억으로 낮춰주려고 했는데 뭐 2천? 손팀장, 혹시 서울대 나왔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일까?


이제 막 사업팀을 맡은 손팀장이 영업회의 때 신상품 매출 목표를 소극적으로 잡자 사장이 물었던 질문이 '당신 서울대 출신인가?'였던 것이다. 이 무슨 서울대 도서관 의자 바닥 끄는 소린가? 사장은 학벌주의자인가?


서울대 출신이냐고 물은 건, 왜 이리 소심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냐는 의미다. 서울대에 흔한 바등쪼(바보 등신 쪼다)를 지칭한 것이다. 제일 높은 산을 골라 저 산을 정복하겠노라고 호기롭게 큰소리칠 줄 알았는데,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너무 안전한 목표치를 제시한 점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물론, 서울대 출신들 모두가 소심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바등쪼는 아니다. 단무지(단순 무식 지랄)들도 많다. 자연과학대나 사회대 출신들 중에 단무지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독재정권 시절 맨 앞에서 화염병 던진 건 자연대 아님 사회대고, 계산이 빠른 경영대나 공대 애들은 먼발치에서 구호 정도만 외친다. 물론, 음미대 귀하신 몸들은 진작 시끄러운 학교를 벗어나 집에 갔고, 자기 출세길만 생각하는 의대 법대 애들은 밖에서 최류탄이 터지든 말든 도서관에서 귓구멍에 휴지를 똘똘 말아 꽂아 넣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던 의대 애들이 윤석열의 의대생 2000명 증원 발표가 나자, 어울리지 않게 일사불란한 집단행동을 한다. 법대 출신 또라이 윤석열이 의대 밥그릇을 건드리니 의료 대란이 나고야 말았다. DNA가 크게 다르지 않은 두 종자 간의 싸움은 형제간의 주먹다툼 같기도 하다.


위의 발언은 전형적인 편견에 기반한 스테레오 타이핑이다. 그러나 아마 통계적으로–라고 쓰고 뇌피셜이라고 읽는다–는 얼추 맞을 것이다. 늘 잘한다는 칭찬만 들으며 자란 아이는 확실한 게 아니면 잘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한 전국 0.5%가 한 장소에 집결한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다.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 다시 서울대 교수가 된다. 90년대에는 고려대 출신이 서울대 교수로 임용이 되자 일간지 1면을 장식했던 적도 있다. 이렇게 학교는 근친상간의 고리를 완성하여 기형적인 인간들을 배출한다. 배출된 기형적 인간 중 윤석열이 떠올랐다면 그건 오판이다. 윤석열은 바등쪼도 아니고 단무지도 아니다. 바등쪼와 단무지는 사람을 분류할 때 쓰는 용어다.


국가 고위직 공무원이나, 판검사, 의사 등 전문직 중 상당한 비율로 서울대 출신이 많다. 윤석열이 계엄하고 문형배가 파면시키면서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다음으로 서울대 출신들이 많은 곳이 사교육계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몰입했던 때가 입시 기간이고 그때 쌓았던 노하우보다 더 큰 자신감을 주는 건 없다. 그래서 입시 학원을 세우거나 일타 강사가 된다는 건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맘이 편하다. 게다가 돈이 넘치는 30조 원 시장이다. 넓은 돈의 바다에서 오리발 차고 수영하는 기분이다. 아이들은 밤에 내 강의를 열심히 듣고, 학교에 가서 잠을 충전한다. 교육은 내 손안에 있다. I'm the King of the world!


우리 회사는 서울대 출신 두 명이 창업을 했다. 자연대 출신이다. 그러니 단무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거지 깽깽이 같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호기롭게 창업했다. 기술로 무장해서 에듀테크 기업으로 분류된다. 영어로는 EdTech이다. 사교육을 죽이는 사교육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 사교육만큼 돈을 벌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진심보다는 점수가, 정도보다는 지름길이 통하는 시장이다. 꿈은 개나 줘버리고 기승전 닥치고 의대를 보내는 게 교육인 나라다. 두 자녀 모두를 조기 유학 보낸 사람이 공교육을 책임질 교육부 장관을 하겠다고 나오는 나라다.


서울대 10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나는 아직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이런 해법을 들고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Root Cause를 제거할 치료법이 맞는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암 덩어리를 방사선으로 없앨 건지, 수술로 도려낼 것인지, 스티브 잡스처럼 민간요법을 동원할 것인지, 셋 다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환자를 죽일 수도 있고, 암세포 없애려다 주변에 멀쩡하고 건강한 세포까지 희생시킬 수도 있다.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교육은 국가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재명 정부 1호 교육부 장관 후보 청문회가 있었다. 인사는 그 정부의 대국민 메시지다. 그 메시지 받자마자 삭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혹시 바등쪼 단무지를 10배로 양성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장한 분들이 쓴 책과 그 근거 논리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두 번째 단상을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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