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럴만했다. S라면 언니의 30년 지기가 아니던가. 그런 친구가 하루아침에 연락을 끊어버린 것은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들어도 놀랄 일이었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S를 만났을 때, 둘은 같이 점심을 먹었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예전처럼 헤어졌다고 했다. 언니를 잘 아는 나는, 변덕이 심한 언니가 약속을 달 지키지 않았는지 혹은 예민한 S언니에게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당사자와 연락도 되지 않는데 우리끼리 온갖 추측을 해서 뭐하겠는가.
언니는 많이 혼란스러워했고 많이 속상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며칠 뒤 언니는 평온을 찾았고 S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아니,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만일 우리의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이 사건은 꽤나 오랫동안 우리 사이에서의 이슈가 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그녀들은 인간관계에 그리 오래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탓일까,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서일까. 어쩌면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사귀며 오랜 시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도 같다. 친구뿐이 아니다. 후배 선배 이웃. 정을 주기도 했고 또 많이 받기도 했었지.
한 시절 아주 잠시 동안만 이성으로, 지인으로 사귀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 많은 관계들을 맺고 풀어나가며 우리가 내렸던 결론은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반면 쉽게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공허함이 아닐까.
그 두 가지 마음을 다 갖게 된 마흔이란 나이에 다시 돌이켜 관계를 생각한다. 지금 내 곁에 남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잘 지켜야겠다고. 한순간 떠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도 훌훌 털어버려야겠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