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 201104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했다. S는 못 온데서 집에 계시던 엄마아빠만 함께하기로 했다.
나는 먼저 도착해서 다이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곧 뒤이어 도착하신 엄마를 만났다. 그렇게 어두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밝은 시간은 더 아니었다. 그런데 엄마는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계셨다. 기침 때문에 마스크는 그렇다 쳐도 선글라스라니, 뭘 그리 꽁꽁 싸매고 오셨냐고 여쭈었다. 엄마는 혹시라도 동네에서 제자들을 만나거나 제자들이 당신을 볼까봐. 라고 하셨다.
엄마는 약 부작용으로 띵띵 부은 얼굴도 부끄럽고 병가 중에 나와서 외식 하는게 안 좋게 보이진 않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사회적 동물에겐 신경 쓰이는 것도 많다. 더 서럽게.
엄마께서 아빠가 7월 까지만 일하실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경제적인 부분이 걱정되서 괜찮으시겠냐고 물었다. 엄마의 답은 "좀 줄여야지" 였다. 뭐부터 줄여나가야할까. 식비? 그외의 자잘한 생활비? 감이 안와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엄마가 웃으시며 "장학금 타!" 라고 말씀하셨다. 당신이 아프셔도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하신다. 아빠가 아프셨다면, 아빠의 대처도 마찬가지였을거다. 그런 나의 부모님.
아빠 회사의 학자금 지원이 떠올랐다. 이번 학기 장학금은 무리다. 그리고 나의 학교생활은 일년 반이나 남았다. 세학기.
아빠의 퇴직이 예상치 못하게 빨리 다가왔다. 지금껏 일을 하시지 않는 아빠를 본 적이 없다. 어른이 되고나니 그게 정말 쉽지 않은 것이라는걸 여러번 느낀다. 그래서 오늘의 일들 또한 와닿지 않는다. 아빠의 일하시지 않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