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을 담아 키워낸 팀원을 내손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고통을 야기시켰다. 어쩌면 반대 입장을 이미 경험해 봤고 얼마나 멘털을 흔드는 충격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해당 내용을 전달할 일정이 잡힌 날로부터 그날 미팅 직전까지 좌절감과 씁쓸함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름 견고하게 잘 지어왔다고 생각한 팀이 사실은 실패였던 건인가 하는 좌절감과 씁쓸함... 그리고 B에대한 미안함...
B는 미국에 와서 매니저가 된 뒤, 내가 처음 뽑고 키운 팀원이었다. 당시 오픈된 포지션은 계약직이었고, 일정 수준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업무분야의 일정정도 경력을 갖춘 인력을 찾고 있었다. 무엇을 물어야 이 모든 역량을 갖췄음을 변별할 수 있을까.... 생각 끝에 몇몇 실기 테스트를 준비해서 면접을 진행했다.
B는 인터뷰 때부터 남달랐다.
별다른 질문 없이도 제공받은 데이터 샘플을 가지고 내가 요구한 리포트를 뚝딱 만들어냈다.채용이 되어서도 늘 기대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었고, 본인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것들도 소화해 내는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그를 키워주고 싶었고, 그의 노력이 보답을 받도록 해주고 싶었다.
마침 그가 하던 일과 밀접하게 연결된 정규직 오픈 포지션이 하나 생겼고, 반드시 그를 이 포지션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수개월... 거의 1년 가까운 노력 끝에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고, 그는 기대했던 대로 좋은 성과를 내주었다.
그런 B였다... 늘 믿음을 주던, 미국에서 처음으로 직접 뽑아 내 힘으로 키운 팀원... 그에게 이제 너의 포지션이 없어진다고 알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전달할 내용을 마무리 지을 수가 없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간신히 말을 마치고 인사팀에 바턴을 넘겼다.
인사팀이 B에게 그가 받을 퇴사 혜택을 설명하는 동안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는 나를 원망할까... 하겠지.. 그래도 싸다...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리더니까...
인사팀 전달사항도 모두 끝나고 눈물 콧물을 참아내며 간신히 미팅을 모두 마치고 연결을 종료한 뒤...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중에라도 지금 이 순간이 비록 아무렇지 않아지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너를 성장시킬 거라고... 더 나은 곳에서 능력과 노력만큼 성취하고 인정받으며 더 큰 날개를 펼칠 날이 올 거라고... 내가 겪어봐서 다 안다고...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고, 이 일이 너를 더 나은 기회로 이끌게 될 거라고...轉禍爲福... a blessing in disguis... 8년 전 나에게 생긴 일이 결국 나를 싱가포르로 이끌고, 거기서 운명의 상대와 재회하게 하고,미국까지 오게 했듯이... 비록 나만큼 다이내믹하게 전개되진 않을지라도... 너만 멈추지 않으면 넌 계속 성장하고 인정받으며 더 큰 사람이 되어갈 거라고.... 차마 전하지 못한... 하지만 그가 꼭 알아주길 바라는 이야기들을 언젠가 그에게 전할 수 있을 날이 오길 바라며...
한편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히 페북친구로 지내오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약간의 앙금을 갖고 있던... 8년 전에 나를 해고했던 D에 대한 내 앙금을 이제 지워보려 한다. 그도 비록 내가 B에게 느낀 만큼의 아픔은 아니겠지만... 결코 편한 마음은 아니었을 것임을 이제 나도 알았으니까... 어쩌면 해고되는 입장보다 해고하는 입장이 지고 가는 무게가 더 클 수도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