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예전에 어디선가 봤다.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는 준비물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쇼핑에 크게 관심 없이 살았는데, 슬로우 조깅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운동복이라는 특정 장르의 옷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 운동을 가끔씩만 할 때는 레깅스 한두 벌로 만족했고, 허름해진 티셔츠를 툭 걸치면 됐다. 그런데 운동 횟수가 늘어서인지, 기능성 레깅스, 브라탑, 티셔츠, 심지어 양말까지 찾게 됐다.
하나씩 야금야금 할인 행사 기간에 쿠폰을 활용하며 주문했다 보니 조금씩 운동복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요즘은 집에서 슬로우 조깅을 할 때도 운동복을 찾아 입는다. 내 만족도를 위해! 실제로 운동복을 입으면 살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잡아줘서 훨씬 가볍게 발을 뗄 수 있다. 준비물, 또는 장비가 있으면 입문하기 쉽다는 말이 사실인 듯싶다.
한동안 내가 왜 이렇게 운동복 쇼핑에 빠졌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슬로우 조깅은 준비물이 따로 필요 없는 운동이라 더욱 그렇다. 보통의 운동화와 일상복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워치만큼은 본인의 리듬, 속도, 거리 등을 측정하기 위해 준비하는 편이 좋다.) 한마디로 내가 괜히 쇼핑에 빠져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돈을 들인 거다.
그렇지만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추울 때 사둔 기모 레깅스가 있기에 겨울이 다가와도 실내든 야외에서든 달릴 준비는 이미 되어있다. 여름에 산 기능성 반바지 덕분에 내년에도 가볍게 달리고, 장마철에도 옷이 금방 마를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운동용 양말, 가을과 겨울에는 좀 더 도톰한 운동용 양말을 신을 수 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슬로우 조깅을 안 하고 싶은 날, 옷 핑계만큼은 댈 수 없다. 사실 사둔 옷을 입기 위해서라도 슬로우 조깅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미 산 옷, 열심히 입으면 아깝지 않다.
그러니까 나는 사계절, 달리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