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yuwan Kim Nov 12. 2022
(연극) 루나자에서 춤을... 가끔 시간은 누추하고 보잘 것 없었던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하기도 한다. 아일랜드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 원작의 이 연극은 이제는 어른이 된 마이클의 안내로 관객들을 자신의 일곱살 시절, 라디오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1936년 아일랜드 도네갈의 한 작은 오두막집으로 데려간다. 그 집에는 마이클의 엄마를 포함한 다섯 자매와 오빠가 살고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선교를 마치고 이교도의 세례를 듬뿍 받고 온전치 않은 몸으로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오빠 잭,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국립학교 교사로 일하며 카톨릭 가정의 원칙을 지켜나가려는 케이트, 집안의 요리사이자 분위기 메이커 메기, 손뜨개질로 가정의 재정에 도움을 주며 다정다감한 아그네스와 로즈,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마이클을 낳은 크리스. 그녀를 가끔 방문하지만 책임감 없는 바람둥이 남친 게리... 연극은 이들의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인생의 순간들을 눈부시게 재현한다. 비록 몰락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사라지고 무너지는 이 아름다운 순간들은 줄곧 슬프고 애잔한 정서를 객석에 전달한다. 고물 라디오에서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옛음악과 섬세하게 배치된 아일랜드 음악은 이런 아련한 애잔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식민지경험이라는 역사적 배경도 그렇고,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아일랜드와 우리나라는 민족적 정서가 참 통하는 게 많은 거 같다. 보는 내내 마음이 촉촉해지는 공연이었다. (근데 메릴 스트립은 언제 이걸 또 영화로 찍은겨? @.@)
11/13일까지 여행자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