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밖에서 먹는 집밥?!
오기지의 행복맛집 시리즈는 오렌지기지의 새로운 오렌지, 수리 오렌지가 인천 곳곳의 맛집을 방문하여 사장님과 함께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인천 청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주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오늘은 그 아홉 번째 이야기 계양구 집밥유희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아홉 번째 행복맛집 주소: 인천 계양구 임학서로 10 1층 38
오기지의 행복맛집 아홉 번째 이야기
계양구 집밥유희 사장님
Q. 사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집밥을 집 밖에서 차려 내드리고 있는 최미경이라고 합니다.
Q. 식당 운영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올해 2월에 오픈했으니까 8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Q. 식당 운영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 음식을 판매하고 싶기는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코로나 지나면서 배달, 포장으로 외식이 집안으로 많이 들어오게 되었는데, 배달음식이라고 하면 온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밖에서도 혼밥을 잘 즐기는 편인데, 식후에 속이 편하고 양이 넘치지 않으면서 집밥 같은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원하던 곳에 자리가 생겨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가게 이름을 집밥유희로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집밥을 대신할 단어가 없었어요. 저는 그야말로 집밥을 밖에서 차리고 싶었거든요. 집밥을 같이 즐기고 유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에게는 집밥이라는 것이 평범하면서도 또 오히려 평범하지 않게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이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Q. 가게를 운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저의 행복이요. 하하.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8개월 정도 운영을 해보니 상황이나 타인에게서 영향을 받으면서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예요. 최대한 내가 흔들리지 않는 것, 혹은 흔들리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에 대한 만족 여부는 손님 몫이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행복한 밥상을 차리는데 집중하자는 생각이에요. 만족은 취향이고 주관이니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밥상을 차리는 건 제 몫이니까 제 마음을 스스로 지켜야겠죠. 그렇게 되면 채식이나 제로 웨이스트 이런 것들도 잘 지켜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흔들려버리면 다른 것들이 부정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행복이 제일 중요해요.
Q. 가게에서 수제 맥주만 판매하고 계시던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A. 꼭 수제 맥주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히브루라는 맥주여야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게 하기 전부터 풀풀농장을 알고 있었는데, 그 농부님이 국산 재료, 곡물들을 주재료로 양조를 하세요. 그래서 가게를 한다면 저 맥주를 들여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병을 자원 순환하셔서 제가 빈 병을 씻어 모아 드리면, 가져가셔서 세척하고 재사용하신답니다. 저 병이 비규격이라서 재활용되려면 에너지가 엄청 많이 쓰인대요. 이러한 이히브루의 지향과 국산곡물을 이용한 맥주맛을 고려했을 때 꼭 이 맥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자원순환,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A. 네 그렇죠. 자원순환보다도 폭넓게 친환경이라던가, 쓰레기를 덜 나오게 하는 제로 웨이스트, 레스 웨이스트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아요. 밥집도 그런 지향을 갖고 있어요.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채식하다가 채소를 좋아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문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텃밭을 가꾸며 채소를 돌보다 보니 땅과 공기와 바람과 햇빛과 모든 우리 주변의 환경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그게 뭐 어떤 계기라기보다는 서서히 깊어진 것 같아요. 가게 하기 전에도 집에서 전기제품을 간소화해서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없이 생활하고 있기도 하고, 일회용 비닐 사용하지 않고, 거실에서는 휴지 대신 손수건이나 헝겊을 사용하고 있어요. 또, 음식물을 퇴비화하기도 하고 이렇게 조금씩 실천해가다가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아요.
Q. 식당 운영하시면서 텃밭 가꾸시면 되게 바쁘시지 않나요?
A. 너무 바빠요.. 사실 채소 돌보고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적당히 시간과 에너지를 소분하려고 했는데 가게 운영하면서 텃밭 가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예년보다는 많이 못 가고 채소 돌보는 것을 적당하게 포기하는 부분도 생겼어요. 풀이 자라면 조금 참고 나중에 한 번에 힘들면 된다 이런 마음 하하. 못 가는 것을 계속 마음에 두고 불안해하면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요. 괜히 마음만 불안하니까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고...
Q. 사장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재료는 무엇인가요?
A. 된장이에요. 가게에서 쓰는 된장, 고추장은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거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는 엄마의 된장이에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메뉴도 그 된장을 넣어서 만든 된장국이랍니다.
Q. 가게 운영하시면서 행복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A. 좀 많아서 몇 개 적어왔어요. 하하. 일단 제가 제 밥상을 정말 좋아해요. 아침에 반찬 만들다가 먹었을 때 맛있어서 놀랄 때도 있고 감동할 때도 있어요. 하하하. 그럴 때 행복해요. 그 맛있는 행복한 맛을 누군가와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시골 채소 된장국. 그 국을 끓이고 간 볼 때 너무 행복해요. 채소 된장국이 저에게는 영혼의 수프 같은 존재거든요. 간 볼 때 맛있다고 느껴지면서 되게 푸근하고 따뜻해져요. 그리고 손님이 오셔서 된장국 너무 맛있다고 말씀해 주실 때 저랑 같은 걸 느끼신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손님들하고 같이 빈 그릇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반찬에 쫑쫑 썬 쪽파가 있으면 쪽파까지 다 드시기는 어렵잖아요. 그릇에 붙어있고 그러는데 그런 것까지 싹 다 드시고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 접시에 과연 어떤 반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빈 그릇하고 가시는 손님들의 뒷모습을 볼 때 굉장히 행복합니다. 맛있게 즐기시면서 빈 그릇하시려는 수고롭고 성의로운 모습이 그 빈 그릇에 보이거든요. 그러면 정말 행복하죠.
그리고 또, 너무 많아서 죄송해요. 하하하. 어느 날 아침 준비를 하면서 테이블을 행주로 닦거든요. 근데 그 행주가 지나가면서 말끔해지는 게 기분까지 닦아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아침, 그 순간이 되게 행복해요. 많이 줄여서 이만큼이랍니다. 하하하.
Q. 반대로, 운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A. 올해 여름이요.. 정말 장마 시작과 함께 손님 발걸음이 뚝 끊어졌어요. 저희 가게가 포장, 배달을 안 하니까 운영하는 면에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리고 장마가 굉장히 길고 더웠잖아요.. 이 더운 여름에 주방에서 이렇게 오래 있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힘들었어요.
Q. 가게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오픈 초반 중년의 남자 손님이 오셨어요. 밥상을 드렸는데 반찬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돈을 더 낼 테니 계란프라이 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우리 가게에 대한 정보 없이 오신 분이구나 하고 돈을 받지는 않고 마침 계란이 있어서 해드렸어요. 이 이야기를 부모님께 에피소드로 말씀드렸는데 걱정되셨나 봐요. 위로를 해주고 싶으셨는지 그런 분들이 단골 된다, 또 오실 거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해프닝이라고 말씀드린 건데 엄마 아빠는 그게 뻐근한 이슈였던 거예요. 그 손님 나가실 때 제가 여기는 채식 식당이라고 설명을 드리니 아~ 그런가 보네요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 반응이 정말 감사했어요. 모르고 오셨고 전혀 생각 못 한 다른 곳이었지만 설명드렸을 때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시는 그 마음, 그 대답이 되게 고마워서 그분이 기억에 남네요.
Q. 요즘 사장님의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요?
A. 강아지가 있어요. 5개월이 된 애교 많은 감자라는 강아지랑 노는 게 지금 가장 큰 행복이에요. 그리고 별일 없는 게 큰 행복이기도 해요.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이렇게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것이 행복이죠.
Q. 행복에 색깔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요?
A. 행복의 색은 너무 다양한 것 같아요. 제 음식을 드시고 싱겁다고 하시는 분도, 간이 맞다는 분도, 맛없다고 남기시는 분도, 너무 맛있다고 하시는 분도, 명상하는 것 같다는 분도 계실 정도로 되게 다양하게 반응해 주시거든요. 그것처럼 주관적이기 때문에 행복의 색을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취향과 주관만큼이나 각자의 행복의 색은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Q. 사장님 글을 쓰시나요?
A. 브런치에 글 쓰고 있어요. 가게에 붙어있는 글들도 제가 텃밭 하면서 남겨놨던 글 중 몇 개 뽑아서 걸어둔 거거든요. 앉아서 식사 기다리는 동안 읽어보시면 따뜻할까? 이런 느낌으로 걸어뒀어요. 자주 교체해두고 싶었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어요. 하하하하. 8개월째 같은 글이 벽에 붙어있는데, 자주 오시는 분들은 매번 같은 것만 읽으셨겠네요.. 하하..
Q. 앞으로 사장님께서 계획하고 계시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큰 목표는 사실 없고, 지금 이 밥집이 지향하고 있는 것을 계속 유지하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에요. 손님들과 빈 그릇을 같이하고, 개인적으로는 버려지는 음식물을 퇴비화해서 쓰레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고 있어요. 밥집 운영하면서 이런 것들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랍니다. 또 손님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지만 밥집 운영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밥을 차리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그 외의 세세한 계획들은 제 컨디션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때그때 계획하고 실천해 볼 예정입니다.
Q. 행복을 찾으러 떠나는 인천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A. 일상의 행복은 채소 된장국 같다고 생각해요. 된장국을 먹으면서 드는 행복을 놓치지 않고 챙기면서 하루를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오늘이 지나가고 내일이 지나가고. 아까 별일 없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저도 사실 왜 별일이 없지? 하며 행복할 별일을 자꾸 찾았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행복할 별일이 그리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그리고 힘든 별일이 왔더라도 지나간다고 생각하며 오늘을 넘기는 것도 행복이더라고요. 그래서 맛있는 된장국을 먹으며 느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 자체가 행복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철 채소가 주는 맛과 식감, 향기가 있는데 그 맛있음을 즐겨보셨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먹으면 느껴지더라고요! 건강 때문에 소화가 안 되어 밥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는데 그게 채소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그 맛을 발견하면 되게 신선하고 다음에 이 채소를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경험을 못 느껴 보셨다면, 혹은 채소를 즐기지 않으신다면 한 번 즐겨보셨으면 좋겠어요. 채소를, 평범한 밥을 천천히 먹으면서 즐기고 소화되어 내 살이 되고 에너지가 되는 것을 느끼면 먹는 것이 참 소중하다고 느껴진답니다. 그리고 남기는 것도 고려해 보게 되고요.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살피게 되는 것 같아요. 음식을 먹는 게 나를 사랑하는 통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먹는 것을 넘어서 만드는 것까지 하니 행운이고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돌보고 다정하게 살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것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
Q. 집밥유희의 행복메뉴는 무엇인가요?
A. 엄마의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이 저의 행복메뉴이고, 그 '된장국이 포함된 매일의 제철 밥상'이 집밥유희의 행복메뉴입니다.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꿀팁은 천천히 드시는 것이에요. 손님들께 밥상 드리면서 천천히 드시라고 말씀드리거든요. 사실 저도 그렇고 식사를 빨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데, 천천히 드시면 채소 하나하나, 반찬 하나하나 뭐가 맛있는지 뭐가 식감이 좋은지 무슨 향이 나는지를 다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천천히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보통 식당들은 회전율 빠른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집밥유희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A. 저는 천천히 드시고 편하게 밥집 공간에 충분히 머무시다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맥주만 드시러 오셔도 상관없고요. 종이 분리수거하러 오셔서 그냥 앉아있고 싶으시면 앉아있다가 가셔도 좋고요. 식사 다 하셨어도 햇살 좋은 가을 창밖에 그냥 멍 때리며 햇빛 멍을 하셔도 괜찮아요. 밥을 천천히 드시고 오래 앉아서 책을 보거나 그냥 핸드폰 하셔도 상관없어요. 저는 그런 손님들을 보면 공간을 즐기시다 가시는구나 싶어서 더 좋아요. 사실 이 가게가 회전율이 빠르지는 않아요. 손님이 붐비는 식당도 아니고, 손님이 계시다면 모르겠지만 충분히 앉아서 즐기시다 가시면 좋겠어요.
Q. 오기지의 행복맛집 콘텐츠를 보고 온 분들을 위한 집밥유희의 이벤트는 무엇인가요?
A. 오기지의 행복맛집 콘텐츠를 보고 왔다고 말씀해 주시면, 12월까지 맥주 10% 할인해 드릴게요!
오기지의 행복맛집 아홉 번째 이야기 집밥유희 사장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에 집밥유희 공간에서 사장님의 행복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장님의 정성 가득한 행복 밥상을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기다 보면 채소의 익힘, 식감, 향 모두 온전히 느낄 수 있답니다! 분명 집에서 보고 먹은 반찬들인데, 맛있어요..! 제가 살면서 채소를 이렇게 맛있게 먹은 적이 있나 싶어요. 초딩입맛인 수리 오렌지도 사장님의 된장국에 반했답니다.
집밥유희 사장님께 "오기지의 행복맛집 콘텐츠 보고 왔어요~"를 외치시면 12월까지 맥주 10% 할인해 주신다고 하니 꼭 방문하셔서 드셔보세요!
그럼 저는 또 다른 인천 맛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고 다음 주에 찾아올게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4 청년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