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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사람 Oct 27. 2021

출산 한 달, 단유 결심

아이를 키우는 일

임신 중이었을 때, 나는 아기가 태어나고 6개월 정도까지는 모유수유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양이 허락만 된다면야 만만치 않은 분유값도 아끼고, 또 새벽에는 모유수유가 물리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고 하는데

어디 한번 해보자고 긍정 회로를 열심히 돌렸다.


그러나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처음 젖몸살이 왔을 때 ‘모유수유 이거 보통 아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리원에서 젖몸살이 왔을 때는 ‘3개월만 할까. 근데 또 아기가 커 가면서 괜찮아진다는데.’ 하고 처음 의욕에서 살짝 물러서게 됐다.

그래도 조리원에서 열심히 유축을 해서 날랐더니, 아기는 1번을 제외하고 모두 모유를 먹고 자랐고 무게도 꽤 늘었었다.

조리원 실장님께서도 ‘참젖이라며 (참젖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분유값 아꼈다고, 칭찬과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다.


그러나, 집에 오니 모유수유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절대 아니었다.

우선, 병원에서부터 조리원까지 나는 직수에 대한 경험이 너무 적었다. 때문에 어떤 자세든지 간에 엉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기가 배가 고프면 그간 먹어왔던 젖병보다 직수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얼마 먹지 못하고 그 답답함에 울어버리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자세를 좀 바꿔보려고 노력도 하고, 산후 도우미 선생님도 도움을 주려 하셨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유축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결국 가장 힘들다는 혼합수유, 그것도 분유와 유축에 의한 모유수유를 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4시간 정도면 가슴이 단단해져 모유를 빼줘야 했는데,

만약 새벽 수유와 시간이 겹쳤다면 새벽 수유 - 아기 트림 - 유축을 한 뒤 잠에 들 수 있었다.

심지어 수유 전에 유축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둔 모유를 미지근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꽤 많았다.


예를 들어, 새벽 2시에 아기가 배가 고파 잠에서 깼다면 부리나케 일어나 냉장고의 유축 모유를 따끈한 물로 중탕해서 수유를 10~15분 하고,

한 5분 정도 안아서 트림을 시키고 다시 재운 뒤 20분 정도 유축을 하고, 모유 저장팩에 담아 냉장 또는 냉동을 해뒀다.

그럼 어느새 새벽 3시가 가까워졌고, 아기는 새벽 5시 반 전후로 배가 고파서 깨니, 2시간 정도 잘 수 있는 셈이었다.

물론 저 과정들로 이미 잠이 깨버렸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이 과정에 남편이 함께해도 어쨌거나 함께 깨어있고, 잠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출산 후  달쯤, 단유를 결심했다. 육아는 장기전이고,  모두가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생후 25일쯤 됐을까 오한과 함께 가슴에 열이 오르는 듯한 젖몸살을 겪고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

집에서 겪는 젖몸살은 우선 다음날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없고, 타이레놀이 꺼려지기에 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물론  단유도 저절로 되는 법이 다.  2~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말려야 한다.

사실 출산과 육아가 모두 처음인 사람에게 “단유”라는 것 자체도 낯설지만 이 방법 또한 상당히 낯설다.

단유에 도움이 되는 차나 엿기름 먹고, (엿기름… 참 생소하다) 또 기름진 음식을 피하며, 최대한 유축을 하지 말거나 조금만 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이때 컨디션이 출산 직후보다도 가장 별로였던 것 같다.

가슴은 돌처럼 단단하고 무겁고, 또 자주 안아줘야 하는 신생아 육아로 팔목은 너덜너덜하고, 통잠은 남의 이야기라 매일이 녹초였다.

몸이라도 빨리 회복하자 싶어, 단유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회당 8만 원씩이나 하는  지출이지만   건강하고,  확실하게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 없이 투자(?) 했다.


단유 마사지를 받기 1~2일 전쯤 수유 횟수를 줄였다. 4시간에 한번 하던걸 5~6시간에 한번 정도로 줄였고, 굿바이밀티를 하루 한두 잔 정도 마셨다.

마사지 첫날, 50분 정도 선생님께서 양쪽 가슴 마사지를 해주시는데, 하는 동안 모유가 콸콸 나왔더랬다. 전신 마사지 50분도 길다면 긴 시간인데

가슴만으로 50분 마사지를 채우다니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마사지가 끝나고 세상 가뿐한 느낌이 들어, ‘아 이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 돈 최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두 번째 마사지는 2일 뒤에 갔다. 가슴의 단단함은 여전히 느꼈지만, 하루 두 번 정도만 유축을 했고, 굿바이밀티도 꾸준히 마셨다.

두 번째 마사지를 하면서 모유와 함께 하얀색의 알갱이 형태의 작은 입자가 나오기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게 가슴에 찌꺼기로 남으면 좋지 않다며,

단유도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맞는 말인데, 이거 왜 임신하기 전에, 아니 임신할 때까지도 몰랐던 건지. 아니 안 알려주는 건지….

어쨌거나 첫날보다 더 가뿐한 기분이 들었고, 그 후 일주일 간 모유의 양도 확 줄었다. 하루에 한 번도 유축을 안 하는 날이 있을 정도였다.

세 번째 마사지는 일주일 뒤에 갔다. 나오는 모유의 양도 확연히 줄었고, 마사지를 받을 때의 통증도 거의 없었다.

3주 뒤에 한번 더 받을 것을 권했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시간도 시간이며, 몸도 꽤 회복된 느낌이라 3번으로 단유를 마무리 지었다.

단유 마사지를 받고 나서부터는 유축한 모유를 주지 않는 것을 권해서, 아기도 점차 분유 먹는 횟수와 양을 늘려주며, 완분으로 적응을 완료했다.


분유라떼. 꽤나 만족했지 너도?

단유만으로, 개인적으로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갔었다. 이건 유축만으로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새벽 수유가 30분 안으로 확 줄었고, 특히 나든 남편이든 둘 중 한 사람만 일어나서 수유를 해도 됐으며,

낮 시간에는 수유와 트림 후에 아기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몸과 마음이 꽤 건강해져 삶의 여유도 생긴 듯했다.

물론, 아기에게도 참 중요한 ‘식’인데, 게워냄이나 변비 없이 분유에 잘 정착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미련 없이 유축기도 수유 시트도 당근행으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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