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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장례식

다시쓰는 창세기_17

by 음감

이삭이 리브가를 데려온 날, 사라는 아침부터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먼지 자욱한 수평선 너머, 낯선 낙타 떼가 보일 즈음 그녀는 이미 장막 밖으로 나와 있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햇살이 주름진 눈가를 파고들었다. 이삭이 앞장서고, 리브가는 두 눈을 낮춘 채 뒤를 따랐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건만, 사라는 이상하게도 심장이 편안해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아이구나. 내 아들의 사람은.’


리브가가 장막 앞으로 다가오자, 사라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두 여인의 눈빛은 긴 시간을 지나며 엮였다. 사라는 손을 뻗어 리브가의 손등을 감쌌다. 그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어서 와라, 내 딸아.”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고, 그 순간 사라의 눈가가 처음으로 물기를 띠었다.


‘이제야 이삭이 온전해졌다.’


그날 밤, 사라는 처음으로 깊게 잠들었다. 그리고 그 새벽,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


사라의 장례식은 아브라함의 그것보다도 더 성대했다. 그녀는 단지 한 사람의 아내가 아니라, 하나의 시대를 건너온 지도자였다.

모래 위에는 붉은 천이 깔렸고, 상단의 모든 상인이 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노예들은 금사슬을 풀고, 마부들은 가장 좋은 말에 흰 천을 둘렀다. 이삭은 어머니를 태운 들것을 직접 메고 행렬을 이끌었다. 리브가는 그 곁에서 침묵을 지켰다.


사막의 밤하늘 아래, 사라의 무덤 위에는 등불이 줄지어 올랐다. 빛은 흔들렸지만 꺼지지 않았다. 그건 마치, 사라의 삶 자체였다. 불평도, 원망도 많았지만 끝내는 누구보다 강하고 고요하게 삶을 태운 존재. 사라를 아내로 부르지 않은 사람도, 끝내 그녀를 어머니로 불렀다. 그리고 상단은 여전히 그녀의 방식대로 움직였다. 그건 그 자체로 사라의 유산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 그녀는 긴 꿈을 꾸었다.


그곳은 오래전 벧엘 근처 들판이었다. 붉은 석양이 낯익은 풍경을 덮고, 그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익숙한 실루엣이 있었다. 아브라함이었다.


그는 예전보다 젊어 보였다. 굽은 허리가 펴져 있었고, 걸음걸이는 또렷했다. 사라는 눈을 찡그렸다.


“이제야 좀 남편같네.”


아브라함이 웃었다.


“그대도 여전히 군소리가 많소.”


사라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래도 우린 잘했지?”


아브라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없이는 못했을 거요.”


그들은 마주 앉았다. 주변은 고요했고, 바람조차 부드러웠다. 사라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삭도 자리 잡았고, 상단도 든든하구나. 내가 바란 것들은 다 이루었다.’


그렇게, 사라는 조용히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따라 천천히 일어섰다.


사막의 밤이 깊어갔다.

그리고 이 땅의 한 시대가, 고요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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