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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 엄마는 즉사하셔서 좋겠다

드디어 이혼 26

by 음감

“올케 엄마는 즉사하셔서 이런 고민 없으니 얼마나 좋아.”


지수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쭉 빨아 당기자마자 뱉은 말이었다. 통창 너머의 인공호수를 바라보던 세화는 지수를 가만히 보며 말했다.


“형님,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지수는 정말 세화가 못 들은 줄 알았는지 아까보다 더 또박또박 잇는다.


“즉사하셨잖아. 너무 좋다고.”


이혼 이야기를 전화로만 하니 답답하다면서 시누가 부른 자리였다. 이혼조정실에서 전화만 하다가 끝나느니 만나서 결론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어 나왔다. 즉사가 좋다는 말이 나올 줄 세화는 상상도 못했다.


“형님,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지창은 그제야 제 누나를 팔뚝으로 쿡 찌른다. 지수의 말이 흐려진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이제 삽관인가? 그 있잖아. 배에 구멍을 뚫고.. 맞다. 올케. 어떻게 생각해? 우리 엄마 진짜 삽관이랑 배에 구멍 뚫을까?”


“지금 우리가 그 이야기하려고 여기 모인 거 같지 않은데요.”


지창은 다시 지수를 팔꿈치로 찔렀다. 지수는 지창을 한번 째려보며 이번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빨대를 내팽개치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동안 쌓은 정으로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우리 엄마 요양원에 있는 거 솔직히 올케 책임도 좀 있는 거 아냐? 올케가 같이 살아서 엄마 손발이 되어줬으면 엄마가 넘어질 일도 없잖아. 그리고 내가 아까 즉사라고 한 거 그리 고깝게 들을 것도 아니다? 덕분에 자기는 병수발 없이 깔끔하게 끝났잖아. 솔직히 좋지 않았어?”


“네, 그러니 형님도 삽관 같은 연명시술 없이 응급 오면 그냥 그대로 두세요. 병수발 없이 깔끔하게 끝나게요.”


지수는 마시던 컵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더니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올케 말을 이상하게 한다? 즉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살아있는 사람을 어떻게 또 그대로 두라고 그래? 남일이라고 그렇게 막말할 거야?”


세화는 지수 말은 아예 안 들린다는 듯이 지창을 봤다. 지창은 핸드폰으로 폭탄 터뜨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나랑 당신이랑 이혼하는데 언제까지 형님을 끼고 해야 돼? 당신이 미성년자야? 누나나 어머니 없이는 의사결정이 안 돼?”


지창이 그제야 핸드폰을 끄고 세화를 보며 긁는듯한 쇳소리로 말했다.


“가족이랑 의논하는 걸 고깝게 보는 당신이랑 무슨 말을 하겠어.”


“그래서 변호사랑 얘기하자고 하는데 굳이 이런 자리 만든 건 당신이야.”


지창이 할 말을 고르는 사이 지수가 끼어든다.


“올케, 사람이 참.. 아니 지금!”


세화는 지수가 입을 열자마자 일어서서 바로 나왔다. 너는 니 마누라를 어떻게, 하는 지수 목소리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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