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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자세, 진짜 나무에게 배우다

균형은 단단한 근육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이 만든다

by 음감

나무자세를 할 때마다 나는 ‘균형’보다 ‘불안’을 먼저 느낀다.


한 발로 선 채, 몸은 미세하게 떨린다. 발바닥이 바닥을 더듬거리며 중심을 찾는다. 마치 처음 얼음판에 선 것처럼, 온몸의 근육들이 제각각 긴장하며 경직된다. 시선은 어딘가를 붙들려 애쓰지만, 눈동자마저 흔들린다. 귓가에서는 내 호흡 소리만 크게 들린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무처럼 서고 싶다.”


그런데 문득 진짜 나무는 늘 흔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플라타너스를 떠올린다. 바람이 불면 잎사귀들이 서걱이며 휘청인다. 가지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공중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눈이 쌓이면 가지가 천천히 휘어진다. 때로는 겨울 내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서 있기도 한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땅 깊이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흙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단 2분간의 균형 자세 연습만으로도 집중력과 평정감이 평균 28% 높아진다고 한다. 결국 균형은 단단한 근육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이 만드는 것이었다.


요가 선생님은 늘 말한다.


“흔들려도 괜찮아요. 흔들려도 수련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나는 자세를 다시 배웠다. 흔들림 속에서 호흡을 세어 본다. 하나, 숨을 들이마신다. 둘,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셋, 공기가 천천히 빠져나간다.


한 점만 바라보되, 너무 오래 응시하지 않는다. 시선을 꽉 고정하면 오히려 눈이 피로해지고 몸도 굳는다. 바람을 느끼듯 시선을 가볍게 두면, 어깨에서 힘이 스르륵 빠진다. 발바닥이 바닥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감촉이 느껴진다. 몸도 함께 편안해지더라.


균형은 ‘안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 버티는 것’이라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바람에 몸을 맡기되 뿌리만은 놓지 않는 게 균형이다.


오늘도 나는 넘어졌다가 다시 선다. 발이 매트에 닿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무릎이 다시 펴지며 삐걱거린다. 그게 나무의 방식이고, 나의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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