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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 운동화? 궁하면 달린다!

달리기 싫을 땐, 핫핑크를 떠올려요

by 카피자



“이건 안돼… 나한테는 무리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자신감은 바닥일 때. 이리저리 치이면서 ‘나, 이거 못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많아요.


저도 그랬어요. 직장인이니까 위에서는 눈치, 아래에서는 실무… 이른바 ‘낀 세대’가 되었거든요. 매번 새로운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운동화를 꺼내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어요.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달리기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힘’을 얻었습니다.





1. 핫핑크 할아버지에게 배운 용기


한 번은 마라톤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선두주자들과 마주치는 구간이 있었죠.

그때, 저 멀리서 달려오는 분이 눈에 띄었어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였어요.

그분은 핫핑크 운동화에 핫핑크 티셔츠를 입고 계셨어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엔 결연한 표정이 가득했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하며 이 자리에 섰을지 상상하면서, 제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이보게, 뭐든 일단 해봐.”


할아버지의 온몸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정말 멋졌습니다.


캐나다 에드 휘틀록 (캐나다, 86세 풀코스 마라톤 4시간 이내 완주)
해리에타 톰프슨 (92세 세계 마라톤 완주 여성 최고령)




2. 유모차를 끌고 함께 달리는 가족


또 다른 감동은 젊은 부부에게서 받았어요. 부부는 유모차를 끌며 함께 마라톤을 달리고 있었어요.

아이와 함께 뛴다는 건 보통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그저 ‘함께’ 달리고 있었죠.


“방법을 찾으면 할 수 있어요.”


그 부부가 제게 그렇게 말해주는 듯했어요.


션 (유모차 밀며 마라톤 참여)


신시아 아널드 (미국, 세 쌍둥이 유모차 몰며 마라톤 풀코스 3시간 11분 신기록 달성)




3. 다리가 없어도 달리는 아이


어느 날, ‘달리기’ 관련 사진을 찾다가 놀라운 사진을 봤어요. 두 다리가 없는 어린아이가 의족을 차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더라고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었지만, 그 아이는 달리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헌신과 아이의 강한 의지가 만든 기적 같은 장면이었죠.


"전 달릴 수 있어요. 달리는 게 좋아요"


그 아이는 온몸으로 제게 그렇게 말해주는 듯했어요.


코디 멕카스랜드 (미국, 선천적 희귀병을 딛고 스포츠에 재능을 보임)


코디 멕카스랜드





이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다리가 없어서’, ‘아이가 있어서’,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는지.

그 아이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 부부는 아이가 있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우리는 늘 ‘못할 이유’를 먼저 떠올려요.


하지만 그 이유를 넘어서기 위한 작은 의지 하나가 있다면, 그건 ‘할 수 있음’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달리기는 저에게 그런 걸 알려줬어요.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 '일단 해보자'고 운동화를 신으면, 어느새 달라진 제 자신을 만나게 되거든요.



"Running teaches us that we are capable of more..."
"달리기는 우리가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파티슈 플루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패럴림픽 최강)


궁하면, 통합니다

달리면, 통합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오늘도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한 발짝 뛰어보기로 합니다
그 한 걸음이 생각보다 멀리 데려다 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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