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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끝나면 얻을 보상은?

달린 뒤엔 꿀맛 같은 보상을 준비했어요

by 카피자


“3시에 회의할 거니까
다들 각자 매출방안 준비해서 들어오세요!!”



회사 단톡방에 이어지는 사. 장. 님. 의 압력.

경기가 안 좋으니 회사는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악을 써요.

회사란 곳은 이윤 추구가 목표니까, 어떻게든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곳이니까요.


일의 씨앗은 영업, 꽃은 수금이에요. 갖은 애씀에도 결국 “그래서 이익이 그것밖에 안 남아?”라는 말로 여러 노력은 자주 일그러졌어요.


서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는 사장과 직원들, 그 사이에서 문제를 현실적으로 중재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는 너무 피곤해요. 하루 종일 불판 위에서 춤을 춘 듯 녹초가 돼요.


회사의 닦달 끝에 퇴근해 집에 돌아가면 그래도 가족들이 맞이해 줘요.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무해한 대화를 나눌 때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져요. 회사는 한 달 한 달 힘들지만, 그 끝에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이 있어요. 원래 직장인이란 그런 거예요.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할 때,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무턱대고 도망쳐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달리기를 하던 중간중간에도 자주 그만 달리고 싶었지요. 일도 힘든데 달리기도 힘드니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멘털 털린 하루 끝에 가족의 표정과 말에 힘을 얻듯, 달리기를 하고 난 다음 얻는 보상들은 묘한 힘이 있었어요. 나를 또 달릴 수 있게 해 줬어요. 네, 이제 알았어요. 달리기 전에 미리 달리기가 끝나면 얻을 보상을 생각해 두면 좋다는 것을요.





달리기가 끝나면 얻을 보상은?


처음엔 그것이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달리기를 해 벌게진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한입 덥석 먹으면 표정이 황홀해졌어요.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천상의 맛이었죠. 힘들었던 마음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란.


달리는 중간에 '아 힘들다 미칠 것 같아'라는 마음이 올라오면 이내 '조금만 더 가면 아이스크림이 있다. 달려가자. 아이스크림을 향해 달려가는 거야'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다음은 초콜릿이었어요. 코스트코에서 거대한 보따리로 파는 초콜릿을 사 왔어요. 달리기를 마치고 먹는 초콜릿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죠. 당분은 마법처럼 힘든 마음을 사르르 녹여줬어요.


뇌가 힘든 달리기를 회피하지 않도록 최강의 달코미 처방을 내려 달려갈 수 있게 한 거예요.

하지만 이내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요. 달리기로 건강해지는 몸을 다시 망가뜨리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계절 과일로 바꿨어요.

봄엔 딸기, 여름엔 복숭아, 가을엔 단감 겨울엔 그 무엇이 되었든.

달리다가 지치는 구간이 오면 맘속으로 구령을 붙여 달렸어요.

‘헛둘헛둘 복숭아! 헛둘헛둘 복숭아!’


그렇게 계절이 지나가는 걸 느끼며 달렸지요



그리고 샤워와 향수예요. 샤워로 피로를 풀어주고 땀을 깨끗이 씻어준 뒤 보송해진 기분을 느끼는 거예요. 제일 좋아하는 조말론 향수를 착착 뿌려주면 기분이 좋아져요. 향수를 살 때 비싸도 완전히 마음에 쏙 드는 향수를 골라요. 그럼 좋아하는 향을 맡으러 달려갈 수 있어요.


집에 돌아와 샤워를 싹 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복숭아 한입 베어 물면 온 세상이 핑크빛이 돼요. 복숭아가 이렇게 달았나? 세상 제일 맛있는 복숭아는 고생 끝에 먹는 복숭아지요.






결승선 너머의 약속된 보상과 성취감


달리고 난 뒤 나에게 주는 칭찬과 보상은 거창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어야 해요.


저는 달콤한 것, 따뜻한 것, 편안한 것이에요. 좋아하는 것들을 미리 정해두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거에요. 그러면 달리기를 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는데 도움이 돼요. 달리기가 끝났을 때 이겨낸 자신에게 당당하게 내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회사에서도, 달리기 할 때와 마찬가지예요. 하기 싫은 일, 피하고 싶은 일, 두려운 일들 투성이일 때가 많아요. 회사에서 마음이 힘든 순간이 오면, ‘지금 달리기 힘든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 끝내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수고한 나에게 좋은 걸 해주기로 해요.



"달리기의 진정한 보상은 완주 후 받는 메달이 아니라,
달리는 동안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도망쳐 달려갔다가 얻은 생각이에요. ‘달리기 끝에 좋은 것을 두고 달리자’ 내가 좋아하는 걸 향해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으니까요.


달리기 전

좋아하는 걸 두고 달리러 나가보는 것 어떨까요?

달린 후

당당하게 맘껏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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