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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릴 마음 들게 해 준 마법 단어

달리기도, 어떤 도전도, 일단 시작하게 해 준 말

by 카피자



100m 만 뛰어도 헐떡이던 나,

오래 달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나

그러던 나는 살면서 너무 답답해 도망치고 싶고,

돌파구를 찾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 벗어던지고 싶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확 발꿈치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몸이 앞으로 쏠리듯 마구 앞으로 뛰어나갔어요

하지만 1분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헉헉대는 모습이라니.

역시 달리기는 나랑 맞지 않았지요.



네, 모든 일들은 시작이 힘들지요. 특히 달리기를 시작하기란 더더욱 힘들죠.

그 시작의 문을 열어젖히는 방법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나는 처음에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100m 달리고 포기하고, 또 100m 달리고 포기하던 어느 날, 어느 책에서 달리기 훈련 표를 봤습니다.


긴 달리기를 하려면 우선 맨 처음에 1분 뛰고 1분 걷고, 다시 1분 뛰고 1분 걸으라고.

그렇게 계속 반복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 훈련방법을 표로 만들었는데, 마치 눈금자처럼 1분 1분 뛰는 구간과 1분 걷는 구간이 촘촘히 나누어져 있었지요. 아 이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이 말이지?


그 뛰는 횟수와 거리를 아주 아주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표의 눈금자가 성글어져 있네요 2분 뛰고 1분 걷기, 4분 뛰고 1분 걷기.. 5분 뛰고 1분 걷기.. 그렇게 연달아 나오는 표들은 뛰는 시간과 거리를 점점 늘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달리기 연습을 하면 얼추 제법 뛸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했지요





의외로 그 표 하나가 용기를 주었습니다. 표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어요.

“걷다가 뛰어보고, 뛰다가 힘들면 다시 걸으면 돼.”

“걷뛰 걷뛰 하는 거야”


표 하나에서 얻은 가벼운 자신감은 발 앞꿈치에 다시 힘을 주게 만들었어요. 땅을 박차고 한번 뛰어볼까?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길게 이어가고 있었지요. 달리기의 묘한 행복을 맛보는 건 덤이었고요





달리기를 시작하니 가족들이 ‘힘들게 뭐 하러 달리느냐’며 자꾸 저를 말렸습니다. 운동을 워낙 안 하던 가족들이었거든요. 가족들도 달리기의 맛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억지로 달리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때 ‘걷뛰 걷뛰’를 생각했습니다.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1.

운동은 싫어도 운동화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예쁜 운동화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운동화 골라봐 선물로 사줄게”

걷기 운동을 할 때 운동화가 쫀쫀해야 기분이 좋다고 말합니다. 신발이 푹신푹신해서 스프링 달린 것처럼 통통 튄다고 말했습니다.



2

신발 도착. 새 신발을 신고 함께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가자고 합니다. 요새 길거리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요.

“요새 달리기 하는 사람 많네! 달리기 진짜 유행인가 보다. 저 사람은 엄청 천천히 뛰네. 그래 빨리 뛸 필요가 뭐 있어 자기 속도에 맞게 뛰면 돼. 안 그래?”

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한 달쯤 걷기 운동을 하며 세상 사람들이 달리기를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된 걸 슬쩍 알려주었습니다.



3

“이 운동화 신고 오래 달리기 금지, 계속 걷다가 그냥 잠깐 달려보는 거야. 그러다 힘들면 다시 걸으면 돼. 걷다가 힘 생기면 또 뛰면 돼. 그걸 ‘걷뛰 걷뛰’ 라고 한 대”

라고 말합니다. 달리기에 부담감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지요



4

걷기 운동을 계속하던 어느 날, 남편은 혼자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가더니, 땀이 젖은 채 집에 돌아와 씩 웃었습니다.

"나 달렸어"

스마트 워치에서 ‘첫 달리기를 응원합니다’라고 알람을 보내며 꽃가루를 팡팡 날려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이 꾸준히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어쩌다 달리기의 맛을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달리기를 권했습니다. 이제 함께 달리기를 하러 나갈 수 있는 소박한 달리기 가족이 되었어요.


화면 캡처 2025-10-05 142548.jpg 우리 꽃길 뛰자





달리기를 하다 보면 건장한 사람들이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며 엄청난 속도로 앞질러 갑니다. 나도 빨리 잘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만 내 실력을 천천히 키워나가기로 마음먹습니다.


내 속도에 맞게 내 기준에 맞게 꾸준히 오래 즐기면서 달리기를 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엄청난 실력자가 아니라, 걷뛰걷뛰로 시작했지만 단단한 실력자가 되고 싶으니까요.



회사에서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분명 뭔가 잘 안 풀리고 있을 때 ‘걷뛰걷뛰’를 떠올립니다.

일사천리인 일이 어디 있고 한방에 다 잘 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저 뛰어보고, 힘들면 걷다가 또 뛰어보면서 조금씩 내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니까요


달리기도, 회사일도, 세상사는 것도 ‘걷뛰 걷뛰’ 하다가 꾸준히 더 ‘잘 달리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용기 나게 해주는 마법 같은 단어 ‘걷뛰걷뛰’를 맘에 떠올리면서요




달릴 마음이 없는 사람도 좋습니다.

도전 앞에 망설이고 있다면 좋습니다


아주 살짝 ‘걷뛰 걷뛰 ’해보는 것 어떠신가요?

힘들면 걸으면 돼요! 그럼 뛸 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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