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록페스티벌은 2000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펜타포트와 함께 국내에서 역사가 깊은 페스티벌이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의 무료 공연을 시작으로 장소를 변경해 오다 2011년 삼락생태공원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바다의 이미지를 살려 계속 해변가 주변에서 공연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2009년에 메탈밴드 오버킬이 공연을 하는 도중 밀물이 갑자기 밀어닥쳐와 안정상 위험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생겼다. 가스파드의 웹툰에서도 그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부산락페는 이전부터 부산발 지옥열차와 같이 강한 록음악 위주의 라인업과 분위기로 유명했다. 국내 락페에서 접하기 어려운 스레시, 블랙메탈 라인업의 비중이 높았다 (아치에너미, 소일워크, 카니발 콥스 등등..)
지금의 페스티벌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그리고 무료로 진행되는 범시민적 축제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런 라인업의 공연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재밌다.
2019년부터는 전면 유료화되며 락마니아층의 만족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 유료화를 통해 케미컬브라더스의 섭외는 매우 긍정적 반응이았지만, 첫날 god가 섭외되면서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이 당시부터 록페스티벌의 라인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제기되었는데, 세계적으로 록 장르가 전만큼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대세 장르도 변화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 중 하나였다고 보인다.
초반에는 미숙한 운영으로 이슈가 많았지만, 올해 2023에는 큰 불편함이나 이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부산록페스티벌답게 많은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와서 신나게 락페를 즐겼다. 야외에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덥거나 비가 오는 등), 하루종일 진행되며 장시간 서서 즐기는 록페스티벌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차림새도 비루해지는 경우도 대다수다.
하지만 록페스티벌에서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멋지고 예뻐 보일 필요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내가 특히 힙하게 보여야 할 필요도 없으며, 누가 잘 놀고 못 놀고의 구분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그 순간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내 방식대로 즐기면 그만이다.
부산록페스티벌 1일 차 마지막 무대를 했던 이디오테잎의 공연에서, 공연을 보며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 슬램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특히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이야기가 많다. 나만해도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다 보니, 그곳에 쓰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 그렇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눈치는 사람들에게 집단주의, 내향성, 조용하고 나서지 않으며 의견을 내지 않는 상태를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우리가 규정한 어떤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적절하지 않다는 프레임이 생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일반적인 예의와 규범을 떠나서, 자신의 의견과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는 것을 ‘오글거린다 ‘ 혹은 ‘어울리지 않는다’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셸 겔팬드의 연구에서 이러한 사회를 빡빡한 사회(tight culture)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처럼 이러한 사회적 규범이 엄격할수록 빡빡함(tightness)이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빡빡해질수록 개인에게 가해지는 압력과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데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페스티벌에서 앉아서 조용히 즐기는 사람도, 춤을 추는 사람도, 슬램을 하는 사람도 모두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눈치보지 않고 즐기는 페스티벌의 모습들이 좋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하는 우리들이 남의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나를 위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일 차 프랑스 밴드 피닉스, 슬램덩크 음악으로 인기가 더욱 상승한 10-FEET 등의 해외밴드와 NELL, 새소년, 이승윤, 이디오테잎, 딕펑스, 이브 등의 공연이 열렸다. 요즘 매주 공연장에서 넬을 만난다. 2023년 부산락페도 역시 최고였습니다. 요즘은 마지막곡으로 기생충을 주로 하는데, 인트로에서 종완님이 샤우팅 하면서 커몬!!! 외치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중독이 돼버렸다
10-Feet 입덕
슬램덩크 OST로 국내에서 유명세가 높아진 텐피트의 공연으로 오늘 입덕하신 분들 많을 것 같다. 음악도 좋은데 팬서비스도 좋고, 한국에 온다고 아리랑도 불러주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슬램덩크 노래 Dai zero kan도 두 번이나 불러주었다.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유쾌해지는 밴드다.
마지막 라인업 이디오테잎.
이 분들은 왜 이렇게 멋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