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만의 서사를 만들자,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강연

그린보트 강연 후기: 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by 낮잠

그린보트 크루즈 여행을 통해 송길영 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 평소라면 결심하기 어려웠을 이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7박 8일 동안 좋은 강연과 독서 모임을 통해 스스로에게 일 외의 시야에서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은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시리즈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30대의 마지막을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 고민에도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조상의 지혜를 활용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산업은 점점 더 효율화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과거에는 외우는 것이 능력이었지만, 오늘날은 외우는 것보다 새롭게 창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작가님의 강연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할 많은 힌트를 제공해 주었다.


예보 1: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과거에는 K라는 개념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경의 개념에 강하게 묶여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K는 그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뉴진스의 하니는 국적이 호주이고, 부모님은 베트남 출신이며, 한국어로 트레이닝을 받고 일본어로 노래를 부른다. 이처럼 K는 국적과 혈연의 경계를 넘어 “Made by Korea People”로 확장되고 있다.

이 점에서 더 나아가 생각해볼 주제는 사회적 분류를 깨고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리너구리는 기존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 있어 분류하기 어려운 종이다. 이러한 경우 사회에서는 종종 편견이나 차별이 생기고, 사람들은 분류라는 틀에 들어가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송길영 작가님의 강연에서 들었던 ‘분류되지 않는 것’의 가치는 매우 흥미로웠다. 사회적 분류를 하지 말고, 각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분류되는 순간 사회는 내신 등급, 인사고과 등으로 사람들을 비교하고 경쟁하게 만든다.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분류당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이런 프레임 안에 들어가 안정감을 얻으려 한 적이 있지 않았나? 그 안정감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본다. 연봉이 조금 더 오르는 것? 프레임 안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안도감? 그러나 이 안에서의 비교와 경쟁이 과연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인생에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었는가?

강연에서 강조된 고유성 유지의 전제는 “내 멋대로 살아라”가 아니러 “나만의 유니크함을 찾으라”는 이야기다.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분류하지 말고 각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도 오리너구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분류되지 않으면 경쟁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분류되는 순간 사회는 경쟁을 부추깁니다.
내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비교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Be Myself’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핵개인으로서 각자의 고유함과 주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사회적 배경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보 2: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지만, 동시에 기존의 직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고소득 직업으로 여겨졌던 통번역 분야가 자동화로 대체되며 그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경쟁은 심화되고, 단가는 하락한다. 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일을 그만두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작가님의 한마디는 이 상황의 핵심을 분명하게 설명해 준다.

또한, ROI(투자 대비 수익)가 높은 직업일수록 자동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도 새롭게 생각해볼 지점이었다. 자동화는 돈이 되는 분야에서 더 가속화되기 때문에, 인류가 그만큼의 혜택을 받을 때 개인도 이에 맞는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근면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깊은 사고와 높은 생산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계도 유지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일이 위험하고 어떤 일이 기회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보 3: 채용이 아니라 영입

사회는 점차 채용에서 영입으로 변화하고 있다. 영입은 단순히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칠 수 없는 일을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일은 이미 자동화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제는 복잡하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추세다.

이로 인해 ‘경력 같은 신입’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오랜 기간의 경력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채용 관행을 완전히 깨고 새로운 기준과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보 4: 효도

효도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새롭게 생각해볼 지점이었다. 과거엔 여러 자녀들이 부모를 나누어 부양하면 되었지만,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로 인해 자녀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효도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도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닌, 개인적 선택과 감사를 기반으로 한 대등한 관계, 상호 호혜적인 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한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소중한 가족을 사랑하고 챙겨야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이어지는건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의 관점에서는 노년기를 새로운 사회적, 정신적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기로 보고, 새로운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포인트라고 하셨다.


예보 5: 핵개인의 시대

이번 강연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금까지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카이브는 방향성이 있을 때 가치가 증대되며, 꿈과 목표를 중심으로 일상의 경험을 정교하게 쌓아야 한다. 방향성을 정하지 않으면 기록은 혼란의 결과로 끝날 수 있다. 이 말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어떤 방향성으로 살고 싶은가?

이번 트레바리에서 진행한 <좋은 삶을 위한 기술> 독서 모임에서의 고민과도 연결되는데, 나는 당장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나의 언어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나의 방향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직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정리하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이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취미이기도 하다. 이런 방향성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일기를 쓰고, 나의 기록을 정교하게 쌓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기록들이 서사로 남을 수 있길 바래본다!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결국 나의 기록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일상의 경험을 어떻게 쌓고 그것을 더 정교하게 남길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먼저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방향을 결정하지 않으면 아카이브가 방황의 기록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 내러티브죠.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기록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이제 드디어 한 시점에 있어서의 성취가 아니라 내 인생을 전부 다 관통하는 스토리로써 내가 소비되기 시작한 거예요.


핵개인의 메시지

핵개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남과의 비교나 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나 자신이 편안함에 이르는 삶이다.

최근 읽은 이석원 작가의 책에 매우 공감되었던 내용이 있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는 것.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난 언제부턴가 스스로에게 '너 뭘 하고 싶냐. 고 묻는 만큼 '뭘 하기 싫으냐. 고도 자주 묻는다.
내게 하지 않을 자유를 획득하는 일은 누군가 꿈과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에. - 이석원, 어떤 설레임


이번 강연은 내 삶과 행복,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프레젠테이션도 대단히 흡입력 있게 진행되었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감명 깊게 듣고 돌아오며, 나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고민해보게 된다.


행복의 기준은 자신에게 있다면 각자의 기준을 만들어보자. 뛰기 전에 방향을 정하자. 이게 제가 드리고 싶었던 핵개인의 메시지였습니다.
당신은 훌륭해지기 위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부양을 위한 도구로 태어난 것도 아니에요.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사회적 안전망이 작았기 때문에 상호 부조의 네트워크로 우리 사회를 끌어온 거예요.
(중략) 그건 기본으로 한 후에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회로 가야지, 그렇지가 않고 누군가가 누군가의 생존의 도구로 쓰이는 순간 그의 삶은 더 이상 그만큼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이제 그 대물림은 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여러분은 핵개인입니다. 저도 노력합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핵개인이 되어갑니다. 고맙습니다.


재밌는 강연이었고 2번째 호명시대까지 이어서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