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동 오케이어맨션에서의 힐링
요즘 내 일상의 가장 큰 낙 중 하나는, 매주 상수동 ‘오케이어 멘션’ 책방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한두 권 골라 읽고 오는 것이다.
매주 기타 레슨을 받으러 가는 남편을 따라, 상수동과 홍대를 함께 산책하며 보내는 이 시간이 이제는 주말 루틴이 됐다.
남편이 고양이가 있는 공간에서,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에게 레슨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책방에서 조용히 평일에 힘들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평화롭다.
사실 나는 원래 새로운 공간을 좋아해서, 매주 다른 책방을 찾아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케이어 맨션은 나에게 너무 잘 맞는 공간이라, 이제는 그곳에 가는 날을 기다리며 평일을 보낸다.
사장님의 환대와 긍정적 에너지
처음 방문했을 때, 책방 곳곳에 손님들이 남긴 편지들을 보며 ‘이 공간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그런 마음을 남기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공간의 경험을 만드는 요소들이 책과 분위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가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시는 사장님의 표정이 너무 좋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에너지의 부족으로 고민을 겪는 요즘, 나의 에너지 뱀파이어는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는데, 가장 큰 것은 예쁘지 못한 언어, 부정적 콘텐츠, 전혀 힘이 되지 않는 소모적 대화 등이 엄청나게 나의 기운을 빼앗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최대한 밝은 것 위주로만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 사장님의 예쁘고 밝은 표정과 환대는 너무너무 나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꽃향기기가 배어있는 햇살이 좋은 공간
이 공간에는 꽃향기가 배어있다. 항상 예쁜 꽃과 식물이 있다. 책을 구매하면 책 사이에 생화 꽃갈피를 끼워주시는데, 이런 경험들이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해서 억지로 읽는 경험보다는 정말 재밌고 좋아서 읽는 활동으로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다.
인기기 많은 공간인 혼자 창밖을 보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정말 나에게 집중하기 좋은 공간이다. 추운 겨울날엔 춥지 말라고 갖다 주신 담요가 핫팻처럼 따뜻한 온기가 있어서 너무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정성을 담은 책 선물과 사람 이야기
책 선물 패키징도 매우 매력적인데, 책을 고르면 마음에 드는 문구나 메시지를 인쇄해서 포장에 넣고 생화와 함께 포장해서 선물할 수 있다. 책을 고르면서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고,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정성스럽게 찾게 된다.
한강에서 사람들이랑 퍼즐을 맞추는 게 소원이라는, 웃는 모습이 예쁜 친구에게는 바쁜 와중에도 그런 소소한 생각들을 잊고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철 행복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정신없이만 지내는 것 같아 마음 아프지만 이제 봄이니까 다시 그 책을 꺼내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종종 눈썹도 다듬고 마사지도 받으러 가는 샵의 선생님은 나를 엄청나게 좋아해 주셔서 갈 때마다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주시는 분이다. 아침에 내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싸주신다고 하는데 손님으로 방문한 것이지만 너무 고마운 관계가 됐다. 그분은 하루 12시간을 풀로 일하시는데, 책을 읽으실 시간이 거의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책 선물을 하고 싶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책을 선물했는데, 세상에서 제일 값진 선물이라고 너무 좋아하고 프로필 사진까지 바꾸시고 여기저기 자랑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찐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책은 어머님이 지금 읽고 계신다고 )
나와의 만남을 재밌어해 주시는 이전 직장의 동료에게는 이석원 작가의 <어떤 설레임>을 선물했다. 단순한 행복인 편안함을 지키기 어려운 모든 어른들에게, 좀 더 삶이 단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인 에세이다. 아까워서 다음날 풀어보고 온 카톡에 행복해졌다.
이까워서 못 푸르겠더라고, 꽃은 고대로 인형사이에 끼워두었고 소중한 메모는 책안쪽에 끼워두었는데 책장을 휘리리릭 넘기니 예쁜 책갈피랑 더 예쁜 마른 꽃도 있더라고 너어어무 고마워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해 보는 게 나의 작은 목표가 되었다.
생각이 많고 (심지어 항상 코가 너무 믹혀서) 무거운 머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에게 진짜 쉴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올해 덕분에 책을 이주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