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새로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자
2025년 6월 7일, 지난 15년간 수없이 많은 공연을 봐왔지만, 이번만큼 독특한 장소에서 열린 공연은 없었다. 올여름 재개발로 철거 예정인 홍제동 인왕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밴드 솔루션스의 단독 콘서트 FUTURE PUNK STAGE가 열린 것이다.
인왕아파트는 1968년에 지어진, 57년 된 아파트라고 한다.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주민분들도 궁금증이 많으셨는지, 지나가다가 어떤 공연을 하냐고 질문을 많이 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예매하는 날부터 굉장히 많은 기대를 했단 공연이었다.
일찌감치 도착해서 MD 티셔츠도 구매하고, 이벤트진행되는 MERCH OUT에서 티셔츠도 현장에서 프린팅 해서 구매했다. 본인의 티셔츠에 프린팅 할 수도 있고, 로고 위치와 조합 등도 커스텀하는 재미가 있다.
장소의 특징을 잘 활용한 이벤트와 장치들도 낭만적이었다. 바닥에 분필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블랙보드 이벤트, 아파트 사이로 걸린 검은 천들.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즐겁고 낭만적이었다.
마침 근처의 맛있는 커피를 찾아 들른 카페에서도 솔루션스의 노래가 계속해서 나왔고, 커피 맛도 최고였다.
베란다의 105동, 106동, 205동, 206동에서 4명의 솔루션스 멤버가 공연을 시작할 때 이 베란다의 공간과 옆의 창문들이 조명이 되는 순간은 너무 즐거운 문화충격이었다.
동시에 이 장소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과정이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이 아닌 이곳에서 공연을 시도하기 위해 거쳐야 했을 절차들, 그에 맞게 최선의 퍼포먼스를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하나하나 보여서 더욱 감동적인 공연이었던 것 같다.
충분히 공연장에서도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밴드인데, 이번 기획공언 덕분에 너무 신기하고 낭만적인 경험을 했고, 동시에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런 어려운 길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려고 해요. 저 문 뒤에 어떤 불안한 마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안락함 속에 머물다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싶진 않아요. 오래도록 남겨질 멋진 이야기를 만들 거예요. 그 이야기는 불타버린 도시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줄 거예요. - 박솔
작년에는 본 공연과 동일한 시리즈의 일환으로 FUTURU PUNK UNION이라는 기획 공연을 진행하면서 다른 밴드와의 공연&애프터파티까지 하는 팬과 아티스트를 잇는 시도의 공연이 있었고, 올해는 공간을 중심으로 시도하는 새로운 기획 공연이었다.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새로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시도와 방식이 너무 멋졌다. 나만의 유니크한 이야기가 귀하고 가치 있는 시대다. 같은 방식과 편안한 길 대신 솔루션스만의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있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살아가는 데 활력을 주고 나아갈 힘을 주는 게 무얼까 생각해 보면, 하나는 일상의 작고 사소한 행복들의 종류이고, 하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한계를 깨나 가는 재미, 이렇게 상반되는 요소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새로운 시도에 지친 요즘, 솔루션스의 공연을 보고 오랜만에 두근두근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에너지를 회복할 날을 기대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