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섬머소닉, 앨리샤키스가 준 것
30대의 끝에 접어들면서, 요즘 나는 어떤 사람들을 닮고 싶은가 종종 생각한다. 예전엔 닮고 싶은 사람의 분류가 다방면으로 참 달랐는데, 요즘은 확실히 자신의 분야의 프로인 것 같다. 난 그런 사람들을 공연장에서 만난다.
2025년 섬머소닉에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꽤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내가 아는 곡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공연을 보면서 새로운 노래와 아티스트들을 발견하자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그날 가장 크게 다가온 순간은 헤드라이너였던 앨리샤 키스의 무대였다.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노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세계적 아티스트가 된 데에는 이유가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연은 너무나 프로다왔고 마지막 퇴장연출까지 완벽함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그녀를 한동안 계속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날 섬머소닉에서 공연한 Rana, AI 등 여러 여성 아티스트들이 앨리샤 키스와 girl on fire를 불렀다. 그녀들 모두가 멋있었고 실력이 좋았는데, 특히 앨리샤키스와의 무대에서의 모습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나도 종종 상상한다.
내가 하는 일로 내가 좋아하는 BTS 같은 아티스트와 협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실력 있는 밴드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런 기회를 만들려면 내가 내 일을 더 잘하고, 더 프로가 돼서 내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한 기회를 개척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큰 도파민이 터지지 않아도 자신의 길을 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프로들을 존경한다.
직장 안에서 “너는 일을 참 잘한다”는 말을 들는 것은 기쁘지만, 그것이 곧 개인으로서 내 이름을 세우는 일과는 다르다는 것도 잘 안다. 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막막하다.
그래고 그렇게 되고자 하는 열망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줄어든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그거에 설레서 일벌리던 때도 참 좋았는데 지금은 유한한 에너지 앞에 너무 조심스럽기만 한건 아닌지.
갈수록 좁아지는 나의 세상 앞에 여전히 그렇지 않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보여주는 순간인 것 같다.
그럼으로 인해 “그거 해서 돈만 들고 힘들기만 하지 뭐 해”라는 생각보단 “그것도 참 재밌겠다”라는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