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하는 교육 / AI 시대 자녀교육 바둑이 신의 한 수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IB 교육'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영어로 된 이름부터 낯설게 느껴지는 IB 교육과정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요?
IB란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éat)의 줄임말로 과거 주입식 교육과 달리 학생이 주도적으로 토론과 논술 등의 수업방식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IB 교육과정은 처음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주둔하던 유엔 등 국제기구 주재원과 외교관 등의 자녀 교육 때문에 도입되었습니다. 외교관들이 잦은 이동으로 본국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되자, 민간 비영리 교육 재단인 IB본부에서 국제 공인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IB 교육 과정은 초등, 중등, 고등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고등학교 과정에서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IB 점수를 대학 입학 성적으로 인정하는 전 세계 100여 개 나라, 5,000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IB 교육을 도입한 제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해외의 여러 대학을 비롯해 우리나라 입시에서도 수능 최저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국내 명문대학에 진학하면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하지만 IB 교육과정의 진정한 가치는 입시 결과에만 있지 않습니다. IB 교육과정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이 교육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특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중심의 탐구 학습'입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에서 단순히 사건의 연도와 결과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IB 교육과정에서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예로 들면, 과학적 원리(과학), 경제적 영향(사회), 국제 협력(정치), 개인의 실천(윤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죠. 배운 내용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환경 문제를 공부했다면 실제로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평가 방식도 기존의 학교 교육과는 다릅니다. 시험 점수만이 아닌 프로젝트, 발표, 에세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합니다. 여기에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국제적 시각과 예술, 체육, 봉사활동을 통한 균형 잡힌 성장까지 더해져 전인적 교육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단순히 교육 방법의 변화가 아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업 능력, 문제 해결력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IB 교육과정의 장점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2023년도에 IB 교육과정 관심학교 29곳(초 16·중 11·고 2), 인증학교 1곳(고 1)이었는데 2024년도에는 관심학교가 125곳(초 48·중 48·고 29), 후보·인증학교 20곳(초 11·중 7·고 2)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IB 교육과정이 멋지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시는 부모님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IB 교육과정을 도입하지 않는데, 괜찮을까요? 게다가 시대에 맞추어 교육과정이 변화된다고 하지만 이 변화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는데 문제는 없을까요?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IB 교육에서 주장하고 있는 교육 방법인 토론을 비롯해 창의력, 사고력을 키워내는 수업 방식도 기존의 교육 과정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내용들입니다.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1990년대 획일화된 교육 내용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교육 과정을 학교, 교사 수준에서 재구성하여 다루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혁신학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토론과 협력 학습, 체험 중심의 교육을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학교들도 교과 융합 수업,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학생 참여형 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방과 후 학교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곧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IB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교육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두 교육과정 모두 '역량 중심 교육'을 강조합니다. IB의 '학습자상'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래 역량'은 상당 부분 겹칩니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대표적이죠. 교사 중심의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발견하는 '학생 주도성'을 중시하는 학습을 강조합니다. IB가 교과 간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적 학습을 강조하듯, 2022 개정 교육과정도 '교과 간 융합'과 '주제 중심 통합 교육'을 강조합니다.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학문의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교육과정의 공통점들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목의 편성이나 특별한 평가 방법보다는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학습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루어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두 교육과정 모두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역량들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변화하는 사회에서 갖추어야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