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하는 교육 / AI 시대 자녀교육 바둑이 신의 한 수
1. 변화하는 교육 / AI 시대 자녀교육 바둑이 신의 한 수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과 면담을 나누다보면 때때로 흥미로운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소위 학교에서의 모범생이 집에서는 금쪽이인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과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녀에게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집에서는 맨날 핸드폰을 부여잡고 노닥거리거나 게임에 몰두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조언(아이 입장에선 잔소리)를 한바탕 쏟아내고 싶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도 대판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런아이가 학교에서는 책임감있게 행동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하며,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죠.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선생님, 공부는 학교 수업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수업 아무리 많이 들어도 스스로 공부 안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어요. 집에만 오면 책 펴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도 학교 수업은 들으니 그나마 이 정도로라도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학원에 계속 보낼까하는데 학원비도 너무 비싸고.. 인강을 결제해줘도 처음에만 보고, 결국 그냥 돈을 날리는 느낌이에요.”
학부모님께서 하신 고민에 이 공감이 많이 듭니다. 사실 학생들이 학교 수업과 인강 등을 통해 보고 듣는 것은 좀 더 쉽게 해당 지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행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학교 수업의 경우는 교실에 다양한 이해도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특정 수준에 맞춤형으로 수업을 하기가 무척 어렵죠. 그렇다보니 듣고 있다보면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해가 되는 것이 학습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러한 학습 단계에 대해 비고츠키는 4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1단계는 유능한 타인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수행하는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수업과 인강, 과외 등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2단계에 오면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며 자신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학원이나 과외에서 문제 풀이를 하는 시간이 이 단계라고 할 수 있죠. 3단계는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이해했지만, 저 부분은 아직 불안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학습 상태를 돌아보는 거죠. 마지막 4단계는 배운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다른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수업은 이해의 1단계를 책임지고 2단계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단계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러나 수업 중에 3단계와 4단계의 과정을 거칠만큼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는 어렵죠. 공부에 있어서 3, 4단계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집이나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스스로 공부를 하는 시간을 통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 시행 착오를 겪기도 하고, 열심히 연습하면서 나름의 요령을 익히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많이 연습하면서 스스로 자신만의 지식으로 내면화해야 하고, 쉽게 떠올려 꺼내쓸 수 있는 자동화 단계도 지나야 하죠.
이러한 단계를 가장 잘 거친 선수가 바로 손흥민입니다. 매번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님은 “우리 흥민이, 절대 월클 아닙니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늘 감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변함없이 보여주죠. 손흥민 선수의 이러한 플레이는 마치 본능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한 자연스러움 뒤에는 많은 개인 훈련을 통해 개인적인 내면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개인 연습을 통해 스스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플레이를 해야겠다’라는 과정을 거쳤고, 자신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특징을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백지에 배운 내용을 정리해보거나, 스스로에게 설명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구성을 해보며 단원의 흐름을 살펴보거나 “이 부분은 내가제대로 이해한 걸까?", "이걸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전에 배운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죠. 교육학에서는 이런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부릅니다.
열심히 하는데도 충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메타 인지를 활용하는 학습 시간이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 학습지, 학원, 숙제 등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정작 중요한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는 시간은 없고, 배운 내용을 내면화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거죠. 마치 맛있는 음식을 계속 받아먹기만 하고, 그것을 소화할 시간은 갖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3, 4단계에서 일어납니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수업이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라면, 진짜 공부는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하셨던 “선생님, 공부는 학교 수업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는 사실 정확한 판단입니다.
- 다음은 '[1.6] 예전같지 않은 아이들, 도움이 더 필요한 때'의 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