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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긴 전자레인지 3초

by 이확위

홀로는 몸은 느리지만 마음은 급한 편이었다. 말도 행동도 모두 느리지만 그녀의 생각만큼은 제법 빠르게 돌아갔고, 생각난 것은 바로 하고 싶은 마음을 가끔은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녀가 취미로 배우는 악기 레슨에서 진도를 나갈 때도 그녀가 너무 서둘러 그녀의 선생님은 “홀로씨, 조금만 천천히~천천히~”를 외치곤 했다. 어찌 보면 참을성이 조금 부족하다가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답답하게 느끼는 것이 바로 전자레인지 앞이었다. 살아가며 30초, 1분이 길다고 느껴지는 적은 딱히 없는데, 전자레인지 앞에서는 그 시간이 너무도 길게만 느껴져 그녀는 매번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얼마전 한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이 정말 “빨리빨리”를 외치고 급하다며 말한 것이 편의점에 가면 전자레인지 시간이 3초씩 남아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홀로도 그랬다. 전자레인지가 10초만 남겨도 카운트다운을 함께 하다가 결국 3초쯤에 정지를 누르고 만다. 어쩐지 3초 정도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마음에서 이기도 하고 더 이상 기다릴수가 없는 느낌에서 였다. 친구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참을성 없는 모습이 떠올라 조금

은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홀로는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간다. 점심에 매번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데우곤 했다. 매번 3초에서 멈추던 전자레인지를 그녀는 오늘은 땡!하고 전자레인지가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3초의 기다림은 쉽지 않았지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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