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는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했다. 그녀의 혀는 온도에 제법 민감했다. 누군가가 그런 얘길 듣고는 “고양이혀네~”라고 말했지만, 어쩐지 고양이는 너무 귀여운 느낌이라 그녀 와 어울리는 느낌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냥 자신을 뜨거운 것에 약한 사 람-정도로 묘사하곤 했다.
뜨거운 것을 잘 못 먹기에 그녀는 따뜻한 차와 뚝배기로 나오는 국물 요리들에 꽤나 취 약했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밥을 볼 때면 ‘지옥불이 따로 없군.’이라고 생 각하는 홀로였다. 그녀는 누가 보기전에 얼른 찬 물을 살짝 붓곤 했다. 국물이 연해지지 만 마냥 식기만 기다리기보다는 살짝 물을 넣어 식힌 후, 간을 맞추곤 했다. 맛에 큰 지 장은 없다고 매번 합리화를 하곤 했지만, 맛에 지장이 없을 리는 없었다.
따뜻한 차를 마실 때면 뜨거운 정수기에서 물을 내려 차를 우려내고는 살짝 차가운 물을 섞곤 했다. 카페에서는 매번 따뜻한 음료를 주문한 후 말을 덧붙였다.
“혹시 얼음 3개만 넣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는 곳은 없었다. 얼음 1개, 2개는 부족했고 3개가 딱이었다. 예전에는 얼음 조금만-이라고 부탁했더니, 온도가 적당하지 않았다. 전혀 식지 않는다거나 또는 너무 차가워져 더 이상 따뜻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번 “얼음 3개정도”라고 구체적으로 얘길 하곤 했다.
누군가는 “뭐 어때, 그냥 마셔~”라거나 “식혀먹으면 되잖아.”라고 했지만, 홀로는 식기까 지 기다리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홀로는 언제나 얼른 마시거나 먹고 싶었다. 게다가 다른 누군가가 먹는데 마냥 식기만 기다리는 것도 좋지 않은 모양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렇게 나름 자신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을 스스로 세상 속에서 찾아가고 있는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녀는 일전에 온라인에 그녀가 글을 올리는 플랫폼에 이런 따뜻한 음료에 얼음 3개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공감의 댓글을 달았었다.
-저희 어머니도 매번 얼음 넣어달라고 하세요.
-저랑 똑같아요! 저도 그런데
이런 댓글들을 보며 홀로는 자신만이 아니라고, 세상에 다른 누군가도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주문했던 커피가 나와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얼음 세 개가 거의 녹아내려가 본래의 모양을 잃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녀가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 3개’를 한 모금 마셨다. 좋아하는 온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