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꾸준함 vs 가짜 꾸준함
얼마 전 브랜드 협업 기회가 생겼다. 딱히 글로 돈을 벌겠다는 꿈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 글에 누군가 돈을 지불하겠다 하는 건- 마치 내 글이 세상에서 인정받은 것만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 연락을 받은 건 해당 브랜드 마케팅 담당 업체의 관계자였다. 브런치를 통해 협업 제안이 들어왔는데, 해당 메시지를 받고는 '나를 왜?'라는 의문이 가장 처음 든 생각이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해보고 싶었다.
담당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이후 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했다. 문득, 사촌동생이 결혼 전 이런 일을 담당했다 했던 것이 기억났다. 나름의 전문가라면 전문가이니, 작성한 글을 사촌동생에게 보내며 의견을 물었다. 글에 대한 이런저런 말을 나눈 뒤, 사촌 동생은 내게 부럽다고 말했다.
"멋있고 부럽다. 하나를 꾸준히 하면 이런 결과가 오는구나."
글쓰기도 그림도, 자신도 도전했었지만 그만둔 것들이라 했다. 그렇기에 내게 더 부럽고, 멋있다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동안 꾸준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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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나 자주 사람들에게 "넌 성실하지."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스스로 매번 '내가?'라며 반문하게 된다. 나에게 성실하고 꾸준하다 말하는 그들이 나를 항상 지켜보는 것이 아니기에,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내가 어떤지 아는 나는, 남들에게 언제나 "나는 간헐적 꾸준함이지."라고 얘기했다. 한 가지를 쭉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가-안 하다가-다시 하다가-안 하기를 반복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나는 한 가지가 아니라, A, B, C를 돌려가며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A -> B -> C -> -> A...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한 가지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질 못하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는 나 자신이 끈기가 없다고만 느꼈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더 집중해서, 쉼 없이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벗어내기가 쉽지 않다.
사촌동생에게도 이런 얘기를 하자, 내게 그림 하나를 보내주었다. 가짜 성실함과 진짜 성실함이라며, 일정하게 채워진 물 잔과 높낮이가 제각각이지만 어찌 됐든 채워져 있는 그림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나니, 내가 생각하는 "꾸준함"이란, 이 이미지 속 "가짜"라고 적힌 것과 같은 일정함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사촌동생도 언제나 일정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매번 실망한다고 했다.
문득 며칠 전 보았던 유튜브의 내용이 떠올랐다. 최근 사람들이 "갓생"이라며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삶을 표방하고 있지 않은가. 이 유튜브에서는 갓생에서의 갓(God, 신)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라며, 인간인 우리에게는 힘든 게 당연하다 말했다.
'나는 왜 매번 계획대로 못 하는 걸까?'
'오늘도 루틴을 못 지켰어.'
'또 작심삼일이네.'
갓생 브이로그와 같이 누군가 철저하게 루틴을 지키며 효율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매번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곤 했다. 갓생을 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마치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삶에서 도태되는 것과 같은 패배감에 휩싸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갓생은 힘든 게 당연한 거였다. 어려운 것이니, 내가 목표로 삼아 실천하려 애썼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해내는 사람들이 브이로그를 올리고, 사람들은 그걸 보며 대단하다 말하고 자극을 받는 거다.
나의 간헐적 꾸준함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내게 "성실하다"말한 것은 오랜 시간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잠깐의 쉼이 있었던 들, 항상 열심히 한건 아니었던들- 사람들이 말하는 건 그런 순간순간이 아니었다. 지나온 모든 그 기간이 결국은 아직까지 이어져왔음에 내게 꾸준하다고, 성실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문득 작심삼일이 반복되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쉼인 것이다.
느릿느릿 달리는 줄만 알았던 마라톤이 사실은 보통 사람의 전속력 속도로 거의 3시간을 달린다는 걸 알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속도에 애초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런 거리를 완주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느린 속도로 조금씩 달리며, 속도도를 높여나가고- 거리를 늘려나간다. 인생은 마라톤보다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 속에서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보통의 노력이 아니어야 할 거다.
내가 잠깐 멈춘다고, 자신을 끈기가 없다고 말하지 말자. 그게 정말 끝인 포기일지, 잠깐의 휴식일지는 나에게 달려있는 거다. 나는 그림에서도, 글쓰기에서도- 잠깐의 휴식기가 있었을 뿐, 완전히 그만두질 않았다. 그랬기에, 꾸준하다- 성실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누군가 내게 그렇다 말하면 조금은 전보다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네, 좀 꾸준하고 성실한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