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으려고 늘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할 수 있는 만큼의 모든 것을 다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끝은 항상 최후의 후회를 남겼다. 마치 필연처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나는 그 만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네가 좋아할 것 같은 말을 고르고, 적절한 타이밍에 웃어주고, 무슨 생각을 할지 읽으려 애썼다. 그때부터 나는 후회하지 않으려는 작은 전쟁을 시작한 셈이었다. 그 전쟁은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데이트 중에도 이어졌다. 너와 함께 하는 매 순간, 나는 네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긴장했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은 걸 놓치고 있었다. 나 스스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더 큰 후회가 찾아왔다. 내 노력들은 너에게도 느껴졌을까? 그 질문은 지금도 남아있다. 후회하지 않으려 애쓰던 나의 몸짓과 말들이 너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이젠 물어볼 수 없다.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어느 가을날, 공원에서 걷던 우리는 낙엽을 밟으며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는 그날 유난히 무거운 표정이었고, 나는 그게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 지금 괜히 물었다가 대답이 부담스러우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가볍게 이어갔고, 너도 따라주었지만, 어느 순간 너는 ”넌 왜 항상 중요한 걸 묻지 않아? “라고 물었다. 그 질문이 나를 찔렀다. 그 순간에도, 난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입을 열지 않았고, 그 침묵은 더 큰 후회를 불러왔다.
결국 우리 사이엔 작은 오해와 미묘한 거리감이 쌓였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너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이유도 모른 채 불안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 하고 자신을 탓했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고쳐보려 했지만, 돌이켜보면 더 큰 실수들만 남겨졌다.
너와의 마지막 순간도 기억난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시선조차 피하고 있었다. 비 내리는 창가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던 세상이, 마치 우리 사이의 거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그 순간에는 어떤 말도 너에게 닿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네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후회였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정작 마지막 순간에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마지막으로 ”이젠 더 이상 너와 나에게 기대할 것이 없어 “라고 말했다. 그 말은 차갑게 들렸지만, 사실은 그 안에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너는 그동안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을까? 그리고 나는 그 기대를 얼마나 자주 외면했을까?
너와의 추억은 오감으로 남아 있다. 비 내리던 날 창문에 스치던 빗방울 소리, 그날의 차가운 공기와 흙냄새, 그리고 비 맞은 나뭇잎의 짙은 초록빛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 모든 감각들이 너와 함께했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후회를 상기시킨다. 네가 떠난 후에도 그 기억들은 내 주변에 남아, 매일 나를 괴롭혔다. 내 손끝에 남아있던 네 손의 온기도, 네가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에서 풍기던 향수 냄새도. 후각이 마치 눈앞에 네가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널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제 너 없는 일상 속에서 나는 후회만을 끌어안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나는 매번 최고의 후회를 하고 있다. 이젠 네가 없는 이 공허한 시간 속에서 더 이상 최선을 다할 기회조차 남아있지 않다. 끝은 항상 이렇게 후회로 가득 찬다. 하지만 후회를 하지 않으려 했던 나의 노력들조차 그 후회 속에 묻혀버린다. 그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사실만이 남아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