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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dfpark Aug 28. 2024

신의 직장을 뛰쳐나가 빡센 곳으로 기어들어온 여성


사실은 브런치의 존재를 6개월 정도 잊고 살았다. 마지막 게시글이 무려 올해 2월? 우연히 메일함을 열었다가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길래 그제야 생각나버림. 이제 좀 숨 돌리는 시즌이니까 끄적거려 볼게요...





첫 정규직 중소 기업 입사. 개빡셌다. 2년 조금 안 돼서 퇴사.


작년 3월, 신의 직장(워라밸 미쳐버린)에 정규직 입사했다. 딱 1년 다니고 퇴사.


올해 3월, 방송국 프리랜서 조연출을 시작했다. 꽤 유우명한 출연자가 나오는 해외 여행 프로그램. 애청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여행 컨셉이었고 무엇보다 인지도가 높은 회사에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덜컥 지원했다. 그리고 덜컥 합격. 약 1주일의 공백 기간을 즐기고 3월 첫 출근을 시작했다. 낯가림 MAX였기에 초반에는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다녔던 회사와 업무 스펙트럼이 비교도 안 되게 넓었다. '방송 제작 보조'라는 말에 그렇게나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생각없이 넘겼던 방송 엔딩 스크롤도 이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정독하는 여성으로 거듭났다.)


...너무 상세하게 썼다가는 셀털의 위험이 있으니 줄임


어리둥절 뽑히고 보니 나는 '해외 촬영 경험 다수'의 강점을 인정받아 뽑힌 케이스였다. 물론 내가 해왔던 프리한 장기 출장과는 스케일이 달랐지만... 출장 전 무수한 준비 과정을 거쳐 '이게 진짜 되나?' 싶은 마음으로 떠났지만 역시나 또 어찌저찌 굴러는 갔고... 새벽마다 데이터 백업을 하느라 늘 수면 부족이었다. 그래도 힘들게 같이 준비한 덕에 조연출과 막내 작가와도 유달리 친해졌다. 역시 고생을 해야 친해지는 법... 다녀와서는 또 마무리 정산 폭풍에 휩쓸리고, 가편집과 가편집, 후반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막방이 코앞이다.


그 사이 감사하게도 다음 시즌 제의도 받았다. 힘든 것도 많았지만 여기서 배운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대체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하겠다고 했다. 사실 자소서 쓰는 거 너무 힘들어서 있겠다고 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여기서 1년 채운 뒤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6개월 동안 각별해진 조연출들 중 일부는 떠나게 됐다. 그래도 언젠가 또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왜 신의 직장을 떠나서 굳이굳이 빡센 곳으로 돌아왔느냐... 하면 일단 배우는 게 많다. 나는 여기 들어와서 내가 모르는 업무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겁해버렸다. 하나하나 다 너무나 새로웠고, 나 혼자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 과정에서 숨이 턱턱 막힐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결국에 아무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시간 때우기나 하던 전 직장 보다는 훨씬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빡센 곳의 장점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 같다. 여기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도 쭉 연락하고 지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참여한 영상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있다. 남들에게 작업물을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지난 게시글에서 '또 나한테 필요한 것을 찾아나설 시간이 왔다'라고 글을 마무리 했던데, 나는 돌고돌아 또 여길 와서 그걸 찾은 것 같다. 스트레스도 받지만, 긴장은 곧 설렘이라고 엄마가 그랬음. 앞으로도 나를 계속 긴장시키는 일을 찾아서 헤맬 것 같다. 아마 평생...?



촬영 중 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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