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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Apr 29. 2022

[책방일기] 사탕 두 알의 행복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 / 꽁지머리 소동 

출근하자마자 부랴부랴 프로그램 인쇄물을 갖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홍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오가는 상가 1층 네 군데 출입구에 인쇄물을 붙이기 위해서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다음 주에 있을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어요. 맘대로 붙이면 또 안될 것 같아 상가 총무님께 괜찮다는 허락을 받고 나서야 조금은 덜 눈치 보며 몇 주 전부터 붙이고 있답니다.


눈치를 덜 본다 했지만 이게 뭐라고 소심쟁이 책방지기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사람들이 오가는 틈에선 조금은 쭈뼛하게 되어요.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자영업이라 그런지 요즘은 길에서 나눠주는 홍보 전단지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게 되네요. 동병상련이랄지 남의 돈 천 원 한 장 벌기가 어찌 쉬울라고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인쇄물을 붙이고 있을 때 같은 층 미용실 직원이 출근하시길래 서로 인사를 나눴어요. 근데 미용사분이 잠시 옆에서 머뭇거리더니 제 손에 뭘 쥐어주시는 거예요. 사탕 두 개.


주머니에 그냥 있어서요.


이 분과는 오다가다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되어 인사를 자주 나누는 사이가 되었어요. 항상 편안한 미소를 제게 주시죠. 어느 날엔가는 출근길 마을버스에서도 우연찮게 만날 일도 있었답니다. 책방을 열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할 인연이죠.


깜짝 선물이 고마워서 전 커피 한 잔 타 드렸답니다. 비록 인스턴트 달달 믹스커피였지만 미용사 선생님은 "어머, 방금 타 먹으려고 했는데." 하며 좋아하셨어요.


다음 주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미용실을 생각하며 헤어 디자이너에 관한 그림책은 없지만 대신 머리카락에 대한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해 봅니다. 머리가 긴 친구라면 아주 공감할 만한 재미있는 그림책들이에요.


그리고 저희 상가에서 종사하고 계시는 직종과 관련된 그림책도 창가에 모아봤어요. 양재사, 음악 선생님들, 화가 등의 그림책입니다.


근로자의 날이 마침 일요일이지만 일요일이어도 쉬지 못할 많은 노동자분들에게 주제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너무 일로써만 소진하시지는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건강해야 좋아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을 계속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야 아침에 받은 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습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맛이에요. ^^ 마침 책방에 꼬마 단골손님도 왔네요. 남은 한 알은 이 꼬마 친구에게 줘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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