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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교육철학을 가지는 것은 왜 중요한가

국외연수보고서

by 김Genie

"교사가 교육철학을 가지는 것은 왜 중요한가?"


Crookes 교수님이 강의를 시작하면서 던진 첫 질문이다. 나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애초에 교육철학을 가진다는 것의 중요성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이다. 교사의 삶이 교육이라면, 교사의 교육철학은 곧 교사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삶의 철학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인간의 삶에 있어 왜 중요한가. 밥도 돈도 벌어주지 못하는 주제에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철학자와 철학을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내 전공이 철학은 아니니 이 부분에서 제미나이를 소환해 보겠다.


“제미나이야, 인간의 삶에 있어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뭐니?”


이하 제미나이의 답을 요약하여 옮긴다.


“첫째, 삶의 나침반이 돼줘. 철학은 네 삶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 철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도록 도와줘. 둘째, 더 깊이 생각하게 해줘. 그냥 닥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철학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파고들게 돼. 셋째,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줘 삶의 고통, 죽음, 정의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게 해주고, 그 속에서 네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도록 도와줘.

결국 철학은 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거지. 이런 삶이 더 가치 있지 않겠어?”


이상이다. 제미나이가 철학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이것을 교사의 삶으로 가져와 해석하면 교육 철학을 가진 교사는 닥치는 대로 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교육을 행한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삶이 더 가치 있지 않겠어?’라는 제미나이의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하기 애매하니 동의하도록 하겠다.


교육대학교 4년, 교사가 된지 12년. 내 안에 다져진 교육 철학은 무엇일까? 청주교육대학교를 다닐 때 엄태동 교수님의 ‘초등교육의 재개념화’ 수업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초등교사가 되고자 하는 전국의 예비 교사들이 필수로 들어야 할 강의라고 생각할 정도로 명강의다.


엄 교수님은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통합된 인간을 길러내는 것에 있다고 하셨다. 개별 과목을 따로 떼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지고 여러 과목을 통합하여 아이들이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습자 맞춤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주셨다.


교수님의 명강의 덕분에 신규교사 때부터 여러 과목의 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실천하는 것을 즐겼다. 가령 마을 사람들에게 그림책 발표회를 열기 위해, 국어, 미술, 사회와 범교과 주제인 디지털 교육을 통합하여 4주 간의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실행하는 식이다. 교과서를 따라가며 가르치는 것보다는 훨씬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놀랄 만큼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의 전문성이 여기에 있음을 확신하곤 했다.


여전히 어리고 서툰터라, “이것이 나의 교육철학이요. 태풍이 불어도 안 흔들리오.”라고 대답하긴 어렵다. 아집이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존경하는 엄태동 교수님이 남겨주신 철학 덕분에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생각해도 멋진 교육의 순간들이 많았다. 이런 성공 경험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더 단단해질 나만의 교육철학을 기대한다.


Crookes 교수님은 고립된 교육의 위험성도 함께 언급하셨다. 교사가 교육 철학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립된 교실에서 아집에 버금가는 철학으로 교육하는 것은 위험하다. 교사는 언제나 동료교사, 관리자, 학부모, 학생들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교육철학이 옳은지 확인해야 한다. 나의 교육철학은 정원이지만, 이 정원은 고립된 온실이 아니다. 동료 교사들의 거울을 통해 나만의 정원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교사 연구회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연대하고 성장하며 서로의 철학을 거울처럼 비춰주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 들은 수업 중에 교육 철학 수업이 가장 좋았다. 오랜만에 대학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교육철학 수업을 듣는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덕분에 ‘더 깊이 고민하며 신중히 교육해야지,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사가 되어줘야지.’ 새 마음을 먹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교사 연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료들과 꾸준히 서로의 교육철학을 나누고 싶다.


'이런 교사의 삶이 더 가치 있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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